[땅집고] 국내 대형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연체율이 1년 새 크게 급등해 9%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대형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OK금융그룹은 최근 들어 대부업을 정리하고,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산하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의 금전대부업 사업을 금융감독원에 반납했다. 1999년 출범 후 24년 동안 운영한 대부업을 그만두고, 저축은행, 캐피탈·증권 등 종합 금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PF 부실화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상위권인 OK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 전망이 악화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저축은행 전반의 부동산PF 부실이 본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OK저축은행’ 부동산PF 연체율 9%대…업계서 가장 높아
최근 저축은행 상위 5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1년 만에 3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5일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9월 말 부동산 PF 연체율은 6.92%로 지난해 동기(2.4%)보다 4.52%포인트 상승했다.
그 중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이 9.07%로 저축은행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64%)보다 5.43%포인트 상승했다. 9월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조310억원으로 PF대출잔액 규모 역시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KB와 신한,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0억원대에 불과해 차이가 큰 편이다.
OK저축은행의 영업실적도 올들어 악화일로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감소했다. 영업수익(매출)은 4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66.97%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9%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4%로 전년 동기 대비 0.64%포인트 하락했다.
그간 OK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규모를 키워왔는데,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사업성이 불투명한 곳이 늘어난 것이 부실화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곳이 서해종합건설의 계열사 KL산업이 서울 구로 온수역 일대에 추진하는 온수 럭비구장 개발 사업이다. 총 사업비 1조9000억원 가운데 5800억원의 브릿지론이 조달됐는데, 176개 새마을금고가 선순위로 3375억원을 투자했고, OK저축은행 등 다수 저축은행에서 중순위로 2000억원을 투입했다. 서해종건은 브릿지론 만기를 두 차례나 연장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비용이 증가한데다, 서해종건의 재무사정이 좋지 않아 아직까지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에는 다인건설이 경남 창원 진해구에 2년 전 완공한 오피스텔 ‘다인로얄팰리스부산신항2차’가 미분양 및 중도금 상환 실패로 경매에 넘어갔다. OK저축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6개사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코람코자산신탁을 상대로 228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상반기부터 신용평가사도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안정적(BBB+)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부동산PF 위험노출액과 개인 신용대출 규모가 커 자산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악몽 되풀이?…“2024년부터 저축은행 PF부실 본격화할 것”
OK저축은행이 위기에 빠지면서, 전체 저축은행의 건전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년 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가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등 문을 닫고, 10만여 명의 피해자가 나온 사건을 말한다. 당시 뱅크런까지 발생하면서 76조원 저축은행 예금 중 32조원이 빠져나갔다. 뇌관은 부동산PF 부실 때문이었다. 7조원의 저축은행의 PF 대출 중 40%가량인 3조원 안팎에서 부실이 발생한 게 도화선이 됐었다.
지난 9월 말 기준 주요 저축은행 5개 사의 부동산 PF 연체액은 708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지난 1분기 10조793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에도 9조7499억원으로 큰 규모다.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이 자금이 점점 부실화한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건전성 저하는 올해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고금리 환경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자산축소로 인한 수익규모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자산 시장 축소,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 조달과 운용면에서 부침이 예상되며 개인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부동산PF 대출 등 저축은행의 주요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실적 저하가 전망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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