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금 5억 써가며 빌라 사야 하나" 매입임대제도는 포퓰리즘 망령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12.06 07:30

[김헌동SH사장 인터뷰- 중]
"매입임대주택, 세금 축내는 실적 채우기용
빌라 가격 폭등에 집값 상승 야기…
택지 개발권 10여곳 LH가 몽땅 가져가
SH, 임대주택 지을 땅 조차 없었다"

[땅집고] 지난 29일 땅집고 사무실을 찾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매입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도시를 개발하고 주택을 짓는 공기업이지, 빌라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주택매입공사’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부터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며 빌라를 매입하는 숫자 채우기 놀음이 시작됐는데, 정말 악습이라고 봅니다.”



최근 서울시민들의 주거 복지를 책임지는 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땅이 부족한 서울에선 임대주택을 가장 쉽고 빠르게 공급하는 방식이 민간이 건설한 다세대·가구 등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인데, 2021년 김헌동 사장이 취임한 이후 2년 연속으로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이 확 줄었다는 것. 실제로 올해에는 공급 계획 대비 달성률이 6.5%(5250가구 계획·341가구 공급)에 불과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이 SH공사가 LH를 대신해 3기 신도시 개발에 뛰어들겠다고 선포해 ‘본업인 임대주택 공급이나 잘하라’는 식의 지적이 빗발친다.

☞관련기사: [단독] 김헌동 SH사장 "매입임대는 세금낭비"…서울임대주택 공급 실종
☞관련기사: 청년 주거대란에도 SH공사 매입임대 실적 6% 불과…불용액 4000억 돌파

하지만 지난 29일 땅집고가 만난 김 사장은 “SH공사는 민간 사업자들이 지은 빌라와 오피스텔을 세금으로 비싸게 사주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0년여 동안 진행한 매입임대주택 제도 때문에 빌라가격이 폭등해 소형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 전체 시장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비판도 함께 내놨다.

올해 취임 2년째로 임기를 1년여 남겨둔 김 사장에게 매입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땅집고] 2020~2023년 SH공사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대비 실적 추이. /이지은 기자


-취임 2년 동안 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SH공사가 임대주택을 지을 택지가 도무지 없어서다. 서울에 남아있던 택지 10여곳에 대한 개발권을 전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져가는 바람에 SH공사가 새로운 임대주택을 건설할 수가 없었다. 최근 10년 동안 SH공사가 서울에서 개발을 맡은 택지가 2000~3000가구 정도 되는 서초구 성뒤마을 하나 뿐일 정도다. 강동구 고덕강일지구나 강서구 마곡지구 등은 모두 15~20년 전에나 지정했던 택지다.”

-신축 대신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면 되지 않나.

“나는 매입임대주택, 정확히 말하면 매입약정 제도가 정말 문제라고 본다. 민간건설사들이 짓는 빌라나 오피스텔을 SH공사가 사들이겠다고 약정한 뒤 준공 후 매입해서 이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인데, 한 채당 가격이 4억~5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SH공사가 소형아파트를 직접 지으면 건설원가가 2억원에 불과한데, 이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사줘야 한다는 얘기다.

[땅집고] 서울에 몰려 있는 노후 빌라 건물들 . /뉴시스


매입약정제도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등장해 SH공사의 변창흠 전 사장, 김세용 전 사장 임기에 거쳐 시행됐고, 특히 문재인 정부 때 극에 달했다. 매년 SH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이 임대주택 숫자를 채우기 위해 1년에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빌라를 1만가구 이상 사들이는 바람에 서울시내 빌라값이 폭등했다. 이 현상이 소형아파트와 중대형아파트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리는 집값 자극제로도 작용했다.

SH공사가 직접 택지를 개발해 임대주택을 지으면 건설비도 더 저렴하고 유지·관리·보수도 원활한데, 단순히 임대주택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빌라 사들이기 숫자 놀음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임대주택을 확보할 계획인가.

“SH공사가 질 좋은 주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매입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 중이다. 기본적으로 아파트다보니 깔끔하게 수리해서 임대하면 누구나 선호하는 집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주택 가격이 얼어붙었을 때 소형아파트 위주로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서울시민 주거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밖에도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임대주택 확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 목표가 있다면.

“20여년 넘게 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시민운동 해왔던 경력을 바탕으로 SH공사 사장 업무에 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협의해 SH공사가 어린이집·키즈카페·병원·학원 등 자녀 양육과 관련된 시설을 한 단지 안에 모두 갖춘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을 공급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서울시에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명품 주택을 짓고, 대한민국이 집 걱정 없는 나라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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