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토부 장관에게 바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한국주택학회 회장)
“전세권 설정 의무화 및 전세가율 상한제 제도 도입 필요”
[땅집고]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대책은 예방책이 아니라 피해자 지원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등기부등본에 전세계약을 의무 등록하도록 해 전세사기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세권 설정 의무화를 통해 전세사기를 막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4일부터 대규모 개각에 나서면서 박상우 전 LH 사장이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낙점됐다. 박 전 사장은 국토부 출신으로 국토와 건축 관련 업무를 맡아온 정통 행정 관료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과거 국토해양부 시절 주택정책과장, 건설정책관,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등 중책을 두루 거쳤다.
차기 국토부 장관이 국토부와 LH 전반에서의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업계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피해가 잇따르는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사인 간 계약'으로 관련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데다, 사회적 재난이라고 하는데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 책임론에 선을 그어왔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한국주택학회장)은 이날 땅집고에 “전세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원책이 아니라 예방책 중심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법제화를 통해 전세사기 차단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시 계획 및 주택 정책 전문가인 김 교수는 올해 1월부터 한국주택학회 회장직을 맡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책은 ‘법 제도 개선’이다. 특히 전세권 설정을 의무화하고, 전세가율 상한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는 “전세권 등기를 의무화하면, 누구든 등기부를 통해 해당 주택 과거 전세 이력과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사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볼리비아의 사례를 들어 법제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볼리비아에서는 전세권 설정을 의무화해 투명한 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고, 전세사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전세계약을 등기부 등본에 의무 등록하는 건 확정일자만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전세권 의무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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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전세가율 상한제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세가율 상한제는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전세가율 상한제는 무분별한 무갭투자를 원천봉쇄할 수 있어 전세사기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 자연스럽게 자기 자본을 충분히 갖고 있거나 자본 조달 능력이 있는 주체만이 다주택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전세사기 관련법은 현재 1기 신도시법 등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사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자격 분양대행업을 사전에 막기 위해 ‘부동산분양대행업의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분양대행업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재초환법 개정안 등으로 인해 후순위로 밀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세사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근본적인 전세제도 개선 없이는 전세시장을 둘러싼 불안과 보증금 미반환사고 전세사기, 역전세난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법제화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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