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윤석열 정부가 2기 내각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한 가운데,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확정한 원희룡 국토장관에 대한 평가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원 장관에 대해 ‘이름을 제대로 알린 스타 장관’이라는 평가와 ‘보여주기에만 능한 사상 최초의 장관 유튜버’라는 평이 엇갈린다.

국회에서 ‘대장동 1타강사’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원 장관은 건폭(건설현장폭력) 척결로 보수 정치인의 입지를 강화했다. 원 장관은 물리력 행사 등으로 협박, 월례비 등을 걷고 채용을 강요하는 건폭 척결로 성과를 과시했다.

김건희 여사의 친인척 토지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이 변경됐다고 야당이 주장하자 원 장관은 고속도로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장관의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 원 장관은 ‘보수적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로 1기 내각에서 가장 일 잘하는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해결한 숙제가 거의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원 장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270만 가구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사상 최악의 주택공급 감소 대란이었다. 이자 폭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주택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주택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올 1~10월 주택착공량이 전년동기 대비 55.4%, 주택인허가는 36%가 줄었다. 공공주택은 9606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4%가 줄어들어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보통 경기침체로 민간부분의 주택공급이 감소하면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이 늘어야 하지만, LH가 주차장 붕괴사고, 구조조정 등으로 기능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공급량이 급감했다.

여기다가 부동산 PF 위기, LH개혁 등도 결국 해결을 하지 못하고 후임 장관에게 숙제를 물려주게 된 것이다.

원 장관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거나 현장을 방문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이슈화’에 집중했다. ‘원길동’(원희룡+홍길동), ‘세계 최초 장관 유튜버’, ‘일요일의 남자’(일요일마다 브리핑하는 데에 대한 표현)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원 장관은 철근 누락 이후 LH를 비롯해 도로, 철도, 항공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카르텔을 끊겠다 선언했다. 올 8월에는 자신의 SNS에 “과거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후진국형 관행과 이권 카르텔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다”며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보니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를 만드는데 능했다”면서 “정통 관료 출신의 새 장관이 많은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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