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적어도 예전엔 우리나라 건설사마다 튼튼하게 짓는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63빌딩을 보세요. 그런데 지금은 철근 빠진 ‘순살’이니 뭐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980년대 서울 여의도 63빌딩 건설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건설사가 지은 새아파트마다 크고 작은 하자가 발생하고, 심각하게는 일부 공간이 붕괴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첨단 공법이 발달한 지금보다 오히려 과거에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었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 강풍이나 지진에도 끄떡 없는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30년 넘게 여의도 랜드마크 자리를 지키고 있는 63빌딩이다.
여의도에 63빌딩을 시공한 건설사는 신동아건설이다. 1980년 신동아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생명이 여의도에 60층 규모 사옥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63빌딩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재계에서 사옥 건설이 유행하던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의 계동사옥, 삼성그룹의 태평로사옥, 대우그룹의 센터빌딩(현재 서울스퀘어)에 이어 63빌딩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38층 높이 롯데호텔 서울 본관이었는데, 대한생명이 무려 60층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당초 63빌딩 부지는 주거지역이라 고층 건물 건설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1978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되면서 건축이 가능해졌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기왕 고층 건물을 지을 바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과시할 만큼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자”고 나섰다.
지하 3층~지상 60층, 최고 249m, 연면적 16만6000㎡2인 63빌딩은 1980년 2월 착공해 1985년 5월 준공했다. 정식 개장은 준공하던 해 7월 27일에 했다. 총 공사비로는 1800억원이 들었다.
여의도에 우뚝 선 63빌딩은 88서울올림픽과 함께 한국 국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자리에 단번에 올라섰다. 19세기 중반 철강을 활용한 건축 공법이 발달하고, 엘리베이터가 발명되면서 국내 시공 능력으로 이런 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했다. 건물 모양새를 보면 1층부터 39층까지 건물폭이 점점 줄어드는 모양인데, 좌우로 30cm 가량 탄력을 갖도록 설계해 초속 40m 강풍과 진도 7규모 지진에도 견딜수있다. 외관은 황금색 이중 반사유리로 마감해 미관에도 신경썼다. 기온과 시각에 따라 시시각각 유리색 변한다.
63빌딩 건설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과거 건설업계의 전문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촘촘히 쌓아올린 건물 철강 구조에 대해 “적어도 옛날 건물은 철근을 빼먹지는 않았네”, “요즘 짓는 순살 건물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63빌딩을 지은 신동아건설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워크아웃에 상태에 빠졌다. 이후 10년여 동안 회사 정상화 위해 노력한 결과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63빌딩 소유주인 대한생명 역시 건물 완공 직후 실적 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불경기 상황에서 당시 사옥 공급이 쏟아지는 바람에 63빌딩에 입주할 기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진 것. 입주자를 구하려고 임대료를 기대 이하 수준으로 낮췄는데 이 전략이 실적에 타격을 주면서 1984년에는 적자 336억원, 1985년에는 512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할 정도였다.
결국 대한생명은 1999년 예금보험공사의 공적기금 투입 후 정부 관리하에 있다가 2002년 한화그룹으로부터 8236억원에 인수당했다. 사명도 한화생명으로 변경됐다. 현재 63빌딩 소유주는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63빌딩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 주황색 한화 로고를 붙이고, 매년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열면서 ‘63빌딩은 한화 건물’이라는 인식을 굳혀나가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상가 유령 쫓아드립니다. 상가건물 임차인 매칭 신청 ☞공간기획센터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