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온 서울시가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업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수평증축 리모델링도 필로티와 최상층 증축을 동반할 경우엔 수직증축과 동일한 안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을 최근 각 구청에 보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도 적용 대상이다.
서울 리모델링 사업장은 대개 필로티를 적용한 수평증축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수평증축을 추진한 경우가 많다.
일부 사업장은 건축 심의까지 받았지만, 설계를 변경해 건축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조합설립 후 안전진단 C등급을 받은 단지들은 수평증축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필로티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까지 갑자기 서울시 자체적 법률 자문 결과를 이유로 수직증축 기준을 적용하라고 하면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면 서울시가 법적 용적률을 대폭 높여줘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시의 리모델링 규제 강화 기조에 정치권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의회 최재란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최근 “서울시는 안정성 때문이라는 말만 할 뿐 규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 안전 기준 개선이나 기준 제시 등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위험하지 않게 리모델링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서울시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리모델링 사업장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적용해 리모델링 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며 “개선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대책을 마련해 리모델링을 포함한 다양한 주거환경 개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중순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박상혁 서울시의회 의원(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 역시 “지난 7월에 법제처 유권해석의 변경으로 인해 리모델링 현장에 굉장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시가 법령 해석으로 혼란을 겪는 현장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할 수 있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모델링 사업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1층을 필로티로 조성하는 ‘송파 더 플래티넘’은 리모델링을 통해 내진 설계를 적용했으며, 내년 1월 준공 예정이다. 쌍용건설이 맡은 신답극동 아파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이 맡은 둔촌 현대 1차,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이촌 현대 역시 안전진단을 거쳐, 같은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두 현장 역시 순항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외 다른 지자체에서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유연하게 대처한다”며 “그러나 서울시는 정작 반대로 규제를 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리모델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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