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와 지자체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교통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당분간 ‘교통지옥’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의 인구가 급증하는 데 비해 교통망 구축 속도가 매우 더디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지역이다. 인천 서구 전체 인구가 62만명이 넘는데, 이 중 검단 인구만 21만명에 달한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는 2기 신도시로 인천에서도 서울 서북부 지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서울 마곡지구나 여의도 등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지역이다.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한데다 신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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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교통’이다. 부실한 교통망으로 인해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매일 출퇴근 시간 극심한 교통난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이유로 대형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검단신도시에서 서울까지의 출퇴근 난이도를 묻는 질문이나 피로도를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검단신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인천 지하철 1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나는 계양역이다. 검단신도시에서 계양역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데, 유동인구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버스 탑승이 쉽지 않다.
계양역에 도착하고 나서도 가장 혼잡도가 극심한 시간에는 지하철을 몇 차례 보내야만 지하철에 올라탈 수 있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출근 시간인 평일 오전 7~9시 기준 공항철도 이용객이 4만2000명인데, 이 중 32.9%에 달하는 1만3000명 이상이 계양역에 몰린다. 계양역 혼잡도는 184%로, 통상 170% 이상이면 ‘심각’ 단계로 분류되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검단신도시 인구 급증하는데…교통망은 ‘낙제점’
검단신도시는 최근 몇 년 새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교통망은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업은 ‘5호선 연장사업’이다. 5호선 연장을 통해 검단신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가 연결되면 서울 접근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노선을 두고 관련 지자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이 5호선 연장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만약 이번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5호선 연장은 내년 총선 이후로 추진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광역교통망도 갈 길이 한참 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이행현황’ 자료에 의하면, 도로 신설과 접속도로, 철도 등 검단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15개 중 완료된 것은 2020년 서울 행주대교 남단 입체화 사업 단 1개뿐이다.
이는 검단신도시보다 앞서 시행된 신도시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화성 동탄2 신도시는 23개 중 52%인 11개, 평택 고덕신도시도 26개 중 50%인 13개, 위례신도시도 22개 중 41% 9개, 파주운정3 신도시도 16개 중 13%인 2개가 완료된 것에 비하면 검단신도시는 ‘꼴찌’ 수준이다.
현재 올림픽대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서구 원당에서 경기도 경기도 김포시 태리를 연결하는 ‘원당~태리 간 광역도로’가 도로교통대책으로 추진중이지만 이 도로를 지나는 계양구 주민의 반대로 개통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당초 2023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2024년으로 연기됐다.
철도도, 광역교통망도 부실한 상황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검단신도시 주민의 고통은 상당하다. 검단신도시 입주민 A씨는 “출근 시간에 도로가 미어터지는 모습을 보면 내 속도 터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검단은 인천 땅도 아니고 김포 땅도 아닌 애매한 곳이라 신경 안 쓴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진짜인가 싶다”고 했다.
■인천 1호선 연장 개통 밀리고, 9호선-공항철도 직결 효과는 ‘글쎄’
현지 주민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인천 1호선 연장과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이다.
인천 1호선 연장 노선은 계양역부터 검단신도시를 잇는 노선으로 총 3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개통 이후에는 서울 주요 업무 지구인 마곡까지 15분, 여의도는 30분, 신논현까지는 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어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5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개통일은 최대 6개월 이상 늦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관제설비를 담당한 업체의 기존 입찰이 무효화되면서다. 업체 재입찰을 진행하기 위한 지연 기간을 감안하면 2026년쯤이 되어야 지하철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에 대한 수혜 효과도 검단신도시의 경우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당 노선은 기존 노선에 열차를 증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하루 33번 운행할 예정인데다 평균 운행배차간격이 30분이 넘는다. 영종, 청라, 검암역을 거쳐오면 사실상 수요가 가장 높은 출퇴근 시간에 계양역에서 열차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검단을 경유해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D노선이 계양역을 지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10년 이상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 단기간 교통망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환승 김포교통포럼 대표는 “인천 1호선 연장을 비롯해 다른 예정 노선들도 개통하면 분산효과로 인해 지금보다 교통 사정이 나아질 수 있지만, 노선 개통까지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교통 개선 대책이 인구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검단도 김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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