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발 펀드 대란 오나] ① 공실 무덤 전락한 런던 위워크 빌딩…새마을금고, 홍콩 이어 1400억 날리나

[땅집고] 지난 6일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위워크를 임차인으로 둔 영국 오피스 빌딩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위워크는 그동안 영국 대표 업무도시 런던의 상업용 부동산 최대 임차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내에만 약 50개 가까운 지점을 두고 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위워크는 런던 상업용 부동산에 약 30억파운드(5조1200억원) 규모 임대 약정을 맺고 있다”며 “위워크 파산 가능성으로 런던 건물주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난 부동산 호황기 영국 런던에 있는 주요 빌딩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까지도 이 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월세로 장기 계약을 맺어준 효자 임차인 위워크가 투자한 지 5년도 안 돼 망하면서 건물 가치 하락과 공실 리스크를 국내 금융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 베스타스자산운용, 영국 위워크 빌딩 2곳 인수…투자금만 ‘6000억원’

지난 몇 년간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오피스 빌딩 중에서도 위워크가 임차인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자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임대 수익이 우수한데다, 장기 계약으로 안정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2018년 국내 대체자산운용사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8호’를 통해 런던 번화가에 있는 샤프츠버리애비뉴(Shaftesbury Avenue) 125번가의 오피스 빌딩을 44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새마을금고중앙회와 KB증권은 지분(에쿼티) 방식으로 각각 900억원씩 총 1800억원을 투자했다. 베스타스운용은 나머지 2600억원은 현지 금융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이 빌딩은 주요 임차인이 위워크였다. 20년간 장기 임차 계약을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올해 갑작스럽게 위워크가 파산을 맞으면서, 이 빌딩에는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고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 빌딩의 인수 가격은 약 4400억원(2억6700만파운드)이었지만 현재 이 빌딩의 가격은 30% 이상 하락한 29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올초부터 빌딩 매각에 나섰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펀드의 만기는 내년 4월로 다가오고 있다. 만약 현재 가치 수준에 매각된다면 새마을금고 등 국내 지분 투자자들이 1400억원 가량의 매각 손실을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베스타스운용은 하나증권과 함께 2019년 영국 아일랜드에 있는 ‘샤르몽익스체인지’ 빌딩도 약 1865억원(1억4500만유로)에 사들인 바 있다. 이 빌딩의 주요 임차인도 위워크였다. 하나증권이 인수한 지분은 국내 금융기관들에 전액 셀다운(재매각)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펀드는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국내 투자자에도 위험이 전가될 전망이다.

■ 공실률 높아진 유럽 오피스 시장…“위워크 리스크 악영향”

업계에서는 위워크 임차인 손실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지의 상업용 부동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런던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할만큼 높기 때문이다. 상업용부동산 전문업체인 코스타에 따르면 올 3분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공실률은 20%에 육박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3배를 기록했다. 뉴욕도 13.5%, 런던은 9%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각각 기록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사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받쳐주지 않는 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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