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베드타운 전략으로 짰나…남양주시만 불법 논란 '생숙' 급증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1.27 07:30

[생숙타운으로 전락한 별내신도시- 2편]

[땅집고] 경춘선 별내역 앞에서 한 어르신이 GS건설의 생활형숙박시설을 홍보하는 모습. /김서경 기자


[땅집고] “2010년 이전엔 판교와 별내에 각각 수도권 동남부와 동북부를 상징할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판교엔 알파돔시티가 들어섰죠. 그런데 별내는 생숙만 가득합니다. 마지막 개발부지엔 흔적이라도 남겨달라는 게 주민들 입장이에요.”(정훈조 별내발전연합회 수석부회장)

21일 낮, 경춘선 별내역 앞에서 홍보용 곽휴지를 든 어르신이 “모델하우스 한번만 보고가요”라며 말을 걸었다. GS건설이 분양한 ‘별내자이 이그제큐티브’ 견본주택에 들리라는 것이다. 이 단지는 수도권 ‘트리플역세권’(GTX-B·8호선·경춘선) 입지에 1군 브랜드를 달았지만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인 탓에 1년 넘게 미분양 상태다. 생숙은 2021년 정부가 숙박업 등록이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 주거용도로 쓸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피 상품이 됐다.

수도권 동북부 교통 요충지로 평가받는 남양주 별내역 일대엔 판교신도시 랜드마크 ‘알파돔시티’에 맞먹는 초대형 복합상업시설 ‘메가볼시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사업 주관사가 경남기업 컨소시엄에서 국내 대형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로 넘어가면서 생숙과 개별 상가로 개발됐다.

[땅집고] 남양주 별내신도시 한 공사장 가림막에 2년 전 붙은 GS건설의 생숙 전단지가 빛이 바랜 모습. /김서경 기자


■ 아무도 안 짓는 ‘생숙’ 여긴 왜 계속 지어?

지난해 사용승인(준공)받은 생숙이 전년 대비 50% 줄어들 정도로 생숙 인기가 급감했지만, 별내신도시는 예외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별내신도시 상업지구 5개 블록을 생숙을 지은 데 이어, 남은 2개 블록에도 생숙 건립을 검토 중이다.

상업3·4·5블록에 오피스텔 156호실, 생숙 566호실을 공급한 국내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화이트코리아’는 남은 상업2블록에도 최고 49층 생숙을 지을 계획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상업 17블록에 ‘스타필드 빌리지’와 생숙을 분양한다. 당초 화이트코리아는 이른바 ‘통개발’을 전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전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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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2021년 국토교통부 규제 전 지어진 생숙도 있다. 2017년, 2018년 분양한 ‘별내역아이파크스위트’ ‘별내역 힐스테이트’다. 두 단지는 지난 9월 시에 지구단위계획 상 오피스텔을 허용해달라는 변경 신청을 냈다. 이들은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충족하지만, 최근 시로부터 도시계획 방향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다. 주거 및 업무 기능을 하는 오피스텔을 허용하지 않고, 사실상 ‘생숙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땅집고] 8호선 연장안(별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노선도. /경기도


■ ‘생숙밭’엔 계획이 있었네…”8호선 출근러 흡수”

남양주시가 그간 지구단위계획이나 조례 변경에 나서지 않고, 생숙 건립을 허용한 이유는 내년 상반기에 8호선이 개통하면 장기 투숙 수요가 생긴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8호선이 개통되면 별내에서 잠실까지 이동시간은 약 1시간에서 20분대로 줄어드는 등 교통여건이 좋아진다. 현재 별내역에는 8호선과 경춘선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남양주시 신도시국 관계자는 “생숙은 산업단지 인근에 기숙사 등이 없을 경우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축물”이라면서 “별내신도시의 경우 아파트를 더 짓기 어렵고,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장기 투숙객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생숙은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 등 세입자 보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1개 호실을 숙박업소로 쓰기 위해선 위탁업체에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한다. 개인 운영은 30호실 이상을 소유해야 가능하다.

[땅집고] 별내신도시 메가볼시티 블록별 개발 현황. /김서경 기자


■ 고양·성남, 일자리 기다리는데…베드타운 1위 노리는 남양주시

주민들은 남양주시의 이러한 계획이 메가볼시티 사업을 사실상 무산시켰다고 했다. 지자체가 뒷짐을 지는 사이 메가볼시티 부지가 ‘생숙밭’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역 단체인 ‘별내발전연합회’의 정 수석부회장은 “화이트코리아가 메가볼시티 부지를 통으로 개발한다던 약속을 어기고 생숙 및 쪼개기 개발을 단행해 주민에게 피해를 끼쳤다”면서 “남양주시는 이런 개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2블록은 별내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며 “반드시 업무·문화·상업 복합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화이트코리아측에 상업2블록 개발 계획에 컨벤션·업무 공간 등을 포함시켜 달라고 제안했다.

김상수 남양주시의원 역시 “화이트코리아는 별내 주민과 최소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절대로 생숙이 들어오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땅집고] 남양주시에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왕숙1,2지구와 양정역세권, 별내신도시, 다산진건지구, 다산지금지구 등 여러 주거단지가 있다. /LH


업계에선 남양주 일대가 베드타운 역할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 높아졌다는 의견 나온다. 남양주엔 별내신도시 외에도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등 여러 신도시급 주거지가 있으나, 대형 일자리를 갖춘 곳은 없다. 왕숙1·2신도시와 양정역세권 역시 기존 신도시들의 전철 밟을 가능성이 높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별내역과 함께 수도권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대곡역(GTX-A·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과 광명역(KTX·1호선·신안산선·월판선)은 교통망을 갖추고 자족 기능을 갖춘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남양주가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편, 일산신도시와 창릉신도시 사이에 위치한 고양시 대곡역 일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최근 이동환 고양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곡역 일대는 기업이 중심이 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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