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군포시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 사업 수주에 나선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공사비와 관련한 입찰 지침을 위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공사가 계약과정에서 공사비 증액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서며 시공사 측이 한 발 물러난 상태지만, 또다시 지침을 어기는 등 최악의 상황 땐 수의계약이 엎어질 가능성도 있다.

26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이 지난 2일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제출한 ‘트리펠리체 금정’ 사업제안서가 입찰 지침을 위반했다며 ‘소명 회신 통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토신은 공문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일체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인허가청인 군포시에 즉시 신고할 예정”이라면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지침을 준수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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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리스트를 보면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는 입찰지침서 중 ▲공사도급 금액 설계 기준 ▲간접공사비 ▲물가상승 적용지수 ▲지질여건에 따른 공사비 변동 ▲입찰보증금 ▲가구 창고 등 6가지 항목을 위반했다. 도급계약서 내에서도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한 두 가지 위반 사항을 확인했고 마감재 8가지를 입찰 지침과 다르게 적용했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공사비’에 대한 내용이다. 우선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은 입찰지침서에서 지정한 ‘원안 설계에 대한 도급공사비’를 제출하지 않았고, 간접공사비에서도 포함하기로 한 지장물 철거ㆍ이설 공사비를 멋대로 제외했다.

입찰지침서에는 ’물가상승 적용 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값을 택한다’고 나와있으나,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에는 ‘건설공사비지수를 택한다’고 나와있다. 지질여건에 따른 공사비 변동도 ‘공사비 변동 없는 확정 조건’에서 ‘발주자가 제시한 지질조사서를 기준으로 하며 추후 지질조건 변경시 공사비와 기간을 조정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후 DL이엔씨ㆍ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측은 23일 한토신에 회신을 보내 “입찰 지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다른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사가 공사비를 증액해 분담금 폭탄을 맞는 단지들이 나오는 데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 단지인 잠실진주에서도 시공사가 제대로 된 근거 없이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높여 논란을 빚었다. 삼성물산ㆍ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3.3㎡당 공사비를 200만원 넘게, 공사기간은 9개월 이상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추가 공사비가 2168억원,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1억44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잠실진주의 경우 신탁이 아닌 조합 방식으로, 사업서를 꼼꼼하게 따지긴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신탁사가 시공사의 고무줄 공사비 증액을 바로잡은 상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신탁 방식은 원활한 자금조달, 조합 방식과 비교해 잡음 없어 속도가 빠르고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집단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재개발ㆍ재건축 업계에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여의도 등 재건축 사업지에서 신탁 방식에 대해 전문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신탁사가 대형 건설사에 제동을 걸어 분담금 증액을 막아 전문성을 입증한 케이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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