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볼리비아도 하는 전세사기 예방을 한국에서는 왜 못하나요?”
신축 오피스텔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취득한 뒤 4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남매가 구속되는 등 전국서 전세사기 의심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볼리비아의 부동산 등기부등록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 ‘알로디알(Alodial)’이라는 이름의 서류를 통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의무 등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부동산 물건과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열람할 수 있어 사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빌라 370채 매입한 남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남매인 A(48·여) 씨와 B(45)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A씨 남매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C씨가 지분을 가진 서울시 금천구 소재 40여 세대 규모 신축 오피스텔을 세대별로 매입하는 동시에 분양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피해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 방식으로 20명으로부터 46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범행할 당시는 주택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역전세' 상황이 심화하고 있었는데, A씨 남매는 이 시기를 이용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채 '동시 계약' 수법으로 오피스텔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 남매는 실제 매매가 보다 3000만원 정도 비싼 가격으로 피해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기도 했다. 분양업자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300만원을 받아 이득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남매와 모친을 비롯한 그 가족 5명이 보유한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과 빌라는 총 37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는 전국적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달까지 최종 전세 사기 피해자로 공식 집계된 피해자 수는 총 8248건으로,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볼리비아, 전세계약 등록 의무화로 전세사기 막았다
전문가는 등기부등본에 전세계약 이력을 모두 기록할 수 있다면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는 모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물건에 낀 대출이 얼마인지, 임대인의 채무 이력, 대출 시점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에는 미납 국세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열람할 수 있는 기간도 계약 이전으로 한정적이었다. 또한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피해 구제도 어렵다.
하지만 볼리비아에서는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 볼리비아식 부동산 등기부등본 시스템인 ‘알로디알’ 덕분이다. 볼리비아는 ‘안티크레티코(anticretico)’라는 이름의 전세제도가 있는데, 전세금은 집값의 40% 수준이다.
23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알로디알’이라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시스템을 갖추면서 전세사기나 전세금 미반환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전세계약을 맺으면 법무부 등기관리소에 의무적으로 계약 사항을 기재한 서류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 서류를 통해 이전 세입자의 전세계약 시점, 기간, 금액부터 임대인이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 시점, 내역과 채무 이력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알로디알을 도입하기 전에는 정보 열람이 어려워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기가 잦았지만, 2006년 도입 이후에는 계약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등기부등본에 전세계약 사항을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기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를 접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전세권 설정 의무화와 투명한 정보 공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티즌은 “우리나라처럼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 등기부 관리를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건 창피한 일”, “공신력있는 등기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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