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2의 판교 꿈꿨는데…남양주 별내, 불법논란 '생숙' 무덤 된 현실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1.23 07:30


[생숙타운으로 전락한 별내신도시- 1편]

[땅집고] 남양주 별내역 현판 뒤로 1100호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이 보인다. /김서경 기자


[땅집고] “관광지가 아닌 곳에 생활숙박시설(생숙)을 계속 짓는 게 잘못인가요? 생숙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공실률은 높아지겠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사업 계획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2004년 만들어진 별내지구 지구단위계획 상 문제되는 게 없거든요. ”(남양주시청 도시국 신도시과 관계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와 8호선, 경춘선이 지나면서 ‘트리플역세권’이 확정된 경기도 남양주 별내역 일대가 경기도 최대 생숙촌으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화이트코리아가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며 지난 2017년 LH로부터 별내신도시 ‘메가볼시티’ 부지를 매입했으나, 약속과 달리 생숙과 개별상가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남양주시는 20년 전 기준을 내세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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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메가볼시티 부지를 매입한 화이트코리아가 제시한 개발 청사진. 당초 계획과 달리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건물만 우뚝 서있다. /남양주시


2008년 계획된 ‘메가볼시티’ 사업은 별내신도시 별내역 앞 총 6개 블록 7만5000㎡에 서울 강남 코엑스나 판교 알파돔시티와 같은 업무·주거·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여파로 LH가 화이트코리아에 사업지를 총 2576억원에 일괄 매각하면서 쇼핑몰 건립 계획이 좌초됐다.

[땅집고] 별내신도시 메가볼시티 블록별 개발 현황. /김서경 기자


■ 업계 ‘금기어’된 생숙, ‘별내신도시’는 공급 활발

이곳엔 이미 2280호실 생숙이 있으나, 약 3000호실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는 상업2블록에 최고 49층 규모 생숙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지면적 1만1421㎡(3454평)인 상업2블록은 별내역 앞 유일한 미개발 부지다. 용적률 460% 적용해 최고 49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현재는 상업3~5블록 생숙 공사장에 투입되는 건설 자재나 기계, 인부 휴게실 등으로 쓰인다.

이곳에 생숙이 들어서면 메가볼시티 부지는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복합1블록을 제외하고, 모두 생숙으로 채워진다. 화이트코리아는 GS건설과 지난 2022년 상업 3~5블록에 오피스텔 156호실, 생숙 604호실을 공급했다. 아직 분양을 마치지 못해 견본주택을 운영 중이다.

[땅집고] 별내신도시 메가볼시티 블록별 개발 현황. /김서경 기자


신세계프라퍼티는 한화 건설부문과 함께 상업17블록에 최고 49층 규모 생숙을 짓기 위해 지난 2021년 이마트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상업17블록을 749억원에 매입했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의 경우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지하8층~지상4층에 ‘스타필드 빌리지 별내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엔 국토부 규제 적용 전에도 생숙 공급이 활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7년 상업11블록에 ‘별내역 아이파크 스위트’(1100실)을 공급했다. 현대건설은 이듬해인 2018년 상업16블록에 ‘힐스테이트 별내역’(576실)을 분양했다.

[땅집고] 2014~2022년 생숙 사용승인 통계. /국토교통부


생숙은 지난 2012년 ‘서비스드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전매제한·다주택자 중과세 등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던 지난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여러 규제에서 비껴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숙박업을 등록하거나 오피스텔로 변경하지 않은 채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불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생숙 인허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용승인(준공)받은 생숙은 전년(18799호실) 대비 50% 줄어든 9350호실로, 최근 5년간 최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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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최대 ‘생숙촌’ 전락 남양주시

수도권 동북부 최대 호재라고 불리던 ‘메가볼시티’ 자리에 숙박업소 수천가구가 들어서면서 주민 불만은 극에 다하고 있다. 사실상 서울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는 지역에 일자리 대신 숙박업소가 과하게 공급된다는 점에서다. 생숙은 호텔과 달리 개별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형 호텔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별내발전연합회’의 정훈조 수석부회장은 “별내신도시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던 메가볼시티를 지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상업이나 컨벤션 기능을 갖춘 시설을 지었어야 한다”며 “별내동엔 박물관이나 전시관은 커녕, 돌잔치할 곳도 없을 정도로 기반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땅집고] 별내역 앞 공사현장 모습. /강태민 기자


남양주시는 2004년 조성된 별내지구 지구단위계획에서 숙박시설을 제한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도시국 신도시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당시에 상업 용지에 숙박시설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지자체가 심의 과정에서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겠으나,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시는 별내역 일대가 GTX 등 노선이 개통하면 장기투숙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남양주시 한 고위 공무원은 “생숙은 관광 수요 뿐 아니라 장기투숙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서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 강남 등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주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각에선 ‘생숙을 너무 많이 짓는다’고 하지만, 약 2300호실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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