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년 전 국내 증권사들이 파리와 라데팡스 지역에 투자한 5조원 규모 부동산이 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증권사가 자산 유동화를 위해 부동산을 매입한 후 일부 금액을 기관투자자 등에 재매각한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참여한 기관투자자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등이 해외 오피스 빌딩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시기는 저금리에 부동산이 호황인 지난 2018년부터다. 업계에선 이미 가격이 고점인 상태에서 매입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은 2019년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정점을 찍은 후 급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프랑스 맨해튼 ‘라데팡스’, 텅텅 빈 오피스…‘5조’ 휴지조각 될 판
프랑스 오피스 자산의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프랑스 업무지구에 공실률이 크게 급증한 것에서 비롯됐다. 현지 부동산 전문 매체 르모니터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라데팡스의 평균 공실률은 2019년 4%대에서 올해 초 20%를 넘어섰다. 라데팡스의 공실률은 파리 전체(3.5%), 프랑스 서부(1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폭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9년 무렵부터 공격적으로 프랑스 오피스 자산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파리와 라데팡스지구에서 매입한 오피스 자산 규모만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라데팡스 지역에 한국투자증권이 투어유럽빌딩(37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마중가타워(1조830억원), 하나·대신증권은 CBX타워(5800억원) 등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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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일부 지분을 펀드나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셀다운(재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금액만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셀다운은 부동산 자산을 인수한 후 사모 또는 공모를 통해 재매각하는 방식의 투자전략이다. 부실 위기가 커지면서 현재는 해당 증권사는 물론, 기관투자자까지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공제회까지 부실 퍼져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한 투어유럽빌딩은 마중가타워나 CBX타워에 비하면 셀다운 절차가 수월했던 빌딩 중 하나다. 마중가타워나 CBX타워는 당시 저금리에 호황이었음에도 한동안 재매각에 실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어유럽빌딩 부동산 매입 후 투자금 일부 1000억원에 대해 셀다운을 진행했다. 당시 군인공제회(300억원), 건설근로자공제회(300억원) 등의 공공기관과 우리은행(200억원)등이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기관투자자들에 위험이 전염되고 있다.
당시 군인공제회는 해외 대체투자로 7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투어유럽빌딩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공제회는 투어유럽빌딩의 임대수익이 꾸준하고 통화 지역 다각화의 일환으로 헷지(위험 회피)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는 군인공제회의 대체투자 성과가 좋았다. 군인공제회의 대체투자 중 부동산 비중은 24%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수익률이 10%로 2020년(6.8%)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투어유럽빌딩 부실이 심화한 올해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는게 문제다.
마찬가지로 300억원을 투자한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벌써부터 성과가 좋지 않다. 지난해말 건설근로자공제회 대체투자 운용 금액은 전체 자산(4조6400억원)의 27%를 차지했는데, 2021년 대체투자 운용성과가 10.61%에서 지난해 7.72%로 약 2%포인트 줄었고, 전체 자산운용 수익금도 1657억원에서 지난해 -24억원으로 급감했다. 투어유럽빌딩 영향으로 이보다 실적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제회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와 해외 오피스 부실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경찰공제회 등 5곳의 대체투자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작년에 비해 2조4643억원 증가한 49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총 투자금액 중 65%가 대체투자 부문이었다. 홍성국 의원은 “공제회의 대체투자는 대부분 국내외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낮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이 불안해지면서 공제회 자산운용까지도 빨간불이 켜진셈”이라고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 판매된 대부분의 해외 부동산펀드는 미국이나 유럽의 현지 금리가 1%대 저금리 였던 시절에 출시됐다”며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해외 부동산펀드의 원금 회수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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