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사장 취임이후 SH공사 매입임대 실적 79%→16%→6% ‘줄폭락’
[땅집고] 올해 9월 말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은 단 341가구로, 기존 계획 물량(5250가구) 대비 6.5%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공급 실적 역시 계획의 16.5%에 불과해 2년 연속으로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SH공사가 서울시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신규택지 개발을 통한 공급 ▲민간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일부 아파트를 기부채납받아 임대주택으로 공급 ▲매입임대주택 방식을 통한 공급이다.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건축한 주택을 SH공사가 사들인 뒤 저소득층이나 청년·신혼부부·다자녀가구 등에 임대하는 제도다.
서울시 땅이 한정돼있는 만큼 신규택지 개발로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는 어려우며, 25개구 정비사업장으로부터 임대주택을 기부채납 받기까지도 사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따라서 SH공사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식이 바로 매입임대주택 제도라고 꼽힌다. 그런데도 SH공사가 2년째 이 제도 실행을 소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기준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2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1000만명 시민들의 주거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SH공사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헌동 사장 취임하자…SH공사 매임임대 실적 79%→16%→6% ‘줄폭락’
SH공사는 2020년까지만 해도 매입임대주택 총 6700가구를 공급해, 계획 대비 실적 달성률 100%를 기록했다. 그런데 SH공사의 수장이 김헌동 사장으로 바뀐 뒤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김 사장 취임 첫 해인 2021년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달성률은 79.5%(5300가구 계획·4213가구 공급)로 내려앉았다. 이후 2022년에는 16.5%(5150가구 계획·850가구 공급)로 폭락했고, 올해에는 5250가구 계획 대비 341가구 공급(9월말 기준)에 그치면서 달성률이 6.5%로 바닥 수준을 찍었다. 최근 2년 연속으로 공급량이 계획의 10~20%에 불과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는 이달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SH공사를 규탄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원장은 “올해 6월 SH공사가 진행한 1차 청년 매입임대주택 모집에서 경쟁률이 평균 84대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여파로 청년 등 주거취약 계층의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그런데도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서성민 변호사는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실적이 급감하면서 약 4033억원에 달하는 불용액(不用額)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즉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낭비하고 있는 예산이 올해 수천억원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서 변호사는 “SH공사의 예산 관리 및 처리에 있어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무처리가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40대 시민 윤성노씨는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오세훈 시장이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태를 제지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H공사 “LH가 매입임대주택 다 가져가…불용액 4033억원은 맘대로 못쓰는 돈”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소홀히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 30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305회)에서 김경 시의원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에게 “서울시의 경우 임대주택 수요가 많은데도 매년 공급물량이 줄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주거복지 서비스 확대 및 공급확보 계획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느냐”고 발언했다.
올해 10월에는 임종국 시의원이 “SH공사가 임대주택을 건설해 공급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더 적극적으로 매입해서 공급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며 “연말까지 보완책을 차질없이 추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SH공사 역시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 저조에 대한 지적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SH공사 주택매입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공급하고 있는데, LH가 물량을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SH공사가 확보할 수 있는 다세대·다가구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를 매입해서 임대주택을 지으려고 해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부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도 했다.
이어 SH공사는 참여연대가 지적했던 불용액 4033억원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예산이라고도 해명했다. SH공사 주택매입부 관계자는 “불용액 처리의 경우 기본적으로 서울시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이 예산은 국고와 시비, SH공사의 예산이 모두 포함된 돈으로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것 외 기타 용도로는 못쓰게 되어있으며, 통상 금년 집행하지 못하면 후년으로 명시이월(明示移越·예산을 다음년도에 이월에 사용하는 것)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업무 처리에 서울시도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는 “문제를 인지한 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주택 매입 규정 허들을 낮추고, SH공사를 독려해 연말까지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매입임대주택 계약 완료 기준 공급물량은 341가구였지만, 약 한 달 반만인 이달 15일에는 695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계약 진행중인 주택(2402가구)까지 집계하면 총 3097가구로, 올해 공급 목표치의 59%라는 설명이다.
한편 참여연대는 감사원 측에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 및 실행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사무처리가 있었는지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건물 관리만 잘해도 임대료 외에 억대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 중소형빌딩 자산가치 극대화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