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붇이슈
[붇이슈] 재건축의 미래는 작거나, 혹은 크거나?
[땅집고]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이 부는 가운데, 리모델링 시장의 미래를 전망한 글이 올라와 화제다.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낫다고 판단하더라도, 높은 공사비와 적은 일반분양 물량으로 인해 조합원 부담이 크고, 결국 소단지나 대단지가 아니면 리모델링 이점을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필명 ‘까 르’는 ‘리모델링의 한계와 미래’라는 글을 통해, 공사비 인상과 일반분양 물량이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분석하면서 ‘리모델링 시장 양극화’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한 단지들이 있다”며 “소단지는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내세워, 대단지는 추후 아파트 가치 상승을 위해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달 29일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이 글은 조회수가 1만회를 훌쩍 넘겼다.
<이하 원문>
1. 리모델링→재건축 선회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서 사업방식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 한양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하기로 했다. 소유주 70%는 인근 단독주택과의 통합 재건축을, 17%는 단독 재건축을 원한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리모델링 추진위 해산 절차를 밟고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998가구 규모 홍제 한양은 1993년 5월 입주해 올해로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웠다. 용적률이 229%로 높은 편이라서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고도제한완화와 역세권 법적 상한률 120% 허용 등으로 사업성이 확보되면서 재건축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측은 앞으로 용적률 300%를 적용해 최고 20층, 약 1500가구(임대 포함)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이 곳처럼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서초구 신동아, 삼익, 경남, 임광 등이다. 앞으로는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2.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이유는?
재건축을 택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이유는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돼서다. 송파구 잠실우성1~3차는 신속통합기획이 아니지만, 3종주거지역에서 최고층수 49층으로 정비계획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관에서는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재건축 규제완화 및 인허가에 적극적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입장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인상된 점도 재건축을 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리모델링은 건물 외관(건물의 골격구조)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수평·수직증축을 통해 부분 증축, 지하주차장 조성 및 확대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런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 공사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정비사업이 그러하듯, 최근엔 리모델링 공사비도 크게 상승하는 모양이다. 같은 공사비라면 차라리 재건축을 진행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일반분양가 상승도 재건축을 추진하는 요인 중 하나다. 리모델링의 경우 증축가능 범위가 한정돼 있고, 수직증축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별동증축 등 한정된 방법을 통해서만 일반분양 가구를 만들 수 있어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 가구 수 및 일반분양 면적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정비사업은 공사비와 사업비 등 비용 상승분을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의 상승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인데, 리모델링은 일반분양 면적이 적어 일반분양가가 높아져도 이에 따른 효과를 보기 어렵고, 조합원분양가(추가분담금)의 상승으로 전가된다.
2. 리모델링 철회 및 갈등 사례
목동한신청구는 1997년에 입주한 1512가구 대단지다. 9호선 신목동역 역세권으로, 목동1단지 우측에 있다. 목동신시가지 단지에 비해 연식이 짧지만, 가구 당 주차대수가 0.89대로 적은 편이라서 일찍이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왔다. 이곳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최근 리모델링 반대파와 찬성파가 갈리고 있다. 4년 후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운다는 점에서 재건축을 선호하는 이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 용적률은 233%다.
1990년에 입주한 336가구 잠실현대 아파트는 9호선 삼전역 역세권 단지다. 이곳은 2022년 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으나, 현재는 반대파가 등장했다. 소단지 리모델링인 만큼, 별동 증축 등을 통해 약 29가구 일반분양 가구를 확보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일반분양을 추진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재건축을 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학원가에 인접한 개포동 대치2단지는 1758가구 대단지다. 1992년 입주했으며 전용 33~49㎡(10~15평) 소형 평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이곳은 2016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는데, 리모델링 시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021년 6월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재건축을 추진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시공사 해지 후 소송에 따라 리모델링조합이 시공사업단 측에 대여한 자금 등 112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이 판결됐다고 한다. 대치2단지 측은 이후 선정된 시공사에서 받은 입찰보증금 등을 활용해 손해배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 결론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좋지 않을 때엔 진행이 어렵다. 공사비 및 사업비 인상은 일반분양 가구가 적어 사업성을 크게 악화시킨다. 지금처럼 공사비 인상 및 고금리가 지속되는 분위기에서는 상당수의 리모델링 사업장들이 추진의 어려움을 표할 것이다.
그래도 리모델링사업이 필요한 곳이 있다. 1990년대 건축법완화 등의 영향을 받아 최고 용적률 400%를 적용받은 곳 등이다. 8호선 선사역 인근 ‘선사현대’는 1990년대 고용적률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들은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강조망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추가분담금 상승에도 리모델링 이후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을 기대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소단지는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다. 송파성지, 오금아남 등은 단지규모가 작아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단지는 소유자가 적고,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인 간편한 인허가과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리모델링으로 공급된 대부분 아파트들은 여기에 해당한다.
대단지는 무임대 순수성 보장을 위한 리모델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대단지 리모델링 사례는 거의 없으나, 대단지에 기존 임대주택이 없는 아파트들라면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잠실 이상 입지의 대단지 아파트라면 임대주택의 유무 및 비율이 아파트의 미래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추후 리모델링 관련 규제(수직증축, 내력벽철거/변경 등)가 변경된다면, 대단지 리모델링의 사례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추가분담금보다는 추후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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