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9일 찾은 강남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단지 조경과 상가·학교 공사 등이 한창이었다. 이 단지는 총 6702가구로 강남구 역대 최대 규모다. 단지 규모가 워낙 커 덤프트럭 수십여대가 분주하게 오가며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 통상 전세금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만 개포동 일대 전세금은 오히려 연초보다 2~3억원가량 높아졌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임대차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엔 전용 84㎡ 전세금이 11억원 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금은 같은 평형대 전세 거래가 13억원에 체결됐다. 현재 호가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액은 15억원이다. 개포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세 매물이 많이 빠지고 여기로 넘어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두 달만에 전세금이 2억 올랐다”며 “(전용 84㎡) 15억 매물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래가 되긴 어렵고 당분간 13~14억원 선에 전세 거래가 활발이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매매 거래는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거의 없다. 다만 전세 수요는 꾸준하다. 단지 내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를 끼고 있다는 점과 개포고등학교가 길 건너편에 있어 학군을 고려한 학부모를 중심으로 전세 문의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입주 물량 폭탄에 전세시장이 흔들린 대표적인 사례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다. 2018년 말 9510가구 헬리오시티 입주장이 시작하면서 송파를 비롯해 강남권 일대 전세금이 수억원씩 뚝뚝 떨어졌다. 올해 3월 3375가구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입주 당시에도 전용 84㎡ 전세금은 10억 이하인 8억500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입주를 앞둔 개포동 주요 단지는 전세금이 크게 올랐다. 약 2000가구 규모의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9월에는 같은 면적이 12억~12억5000만원 선에서 전세 거래됐다. 1월 이 단지 같은 면적 전세가가 10억~11억원 선이었으나 1년도 되지 않아 3억원가량 올랐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전용 84㎡는 올해 1월 전세금 8억5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최근 같은 면적이 5억5000만원이나 오른 14억원에 계약됐다. 개포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권에 향후 신규 공급이 부족하니까 대단지 입주에도 끄떡이 없다”며 “전세금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완전히 틀렸다”고 했다. 그는 “중개거래 20년하면서 물량 폭탄에도 전세금이 급등한 건 처음본다”고 했다.
서울 입주 물량은 급감하는 중이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1만1000가구로 올해 3만470가구의 3분의 1수준이다. 2025년은 2만2200여 가구로 예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규모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을 제외하면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입주 물량이 내년엔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며 내년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는 관망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며 “입지가 뛰어나거나 학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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