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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도, 살지도 않는 빌라…아파트 전세금 급등 "내년 더 오른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11.10 07:00

[땅집고] 서울 금천구를 대표하는 신축단지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1차’ 아파트. 최근들어 전세금 상승세가 심상찮다. 올초까지만 해도 84㎡ 기준 신규 또는 갱신된 전세금이 5억5000만~5억8000만원대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7억~7억5000만원대에 신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지난 9일 기준 총 25건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땅집고]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아파트. /카카오맵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 초엔 전세시장이 침체해 계약 갱신 사례도 많지 않았고, 갱신하더라도 기존 가격보다 더 낮게 거래를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반기들어 전세금이 크게 급등하자 신규 시세 수준에서 전세금을 갱신하거나 신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의 소형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빌라왕 사건 등 다세대·연립 주택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인해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집중된데 따른 것이다. 올초까지만해도 전세사기 이슈가 불거지면서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다세대·연립 주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더 과열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에 저렴한 아파트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앞으로 전세금이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빌라 싫어요”…전세 수요 아파트로 쏠려

최근 서울에선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성동구(1.50%), 송파구(1.2%), 동대문구(1.09%), 용산구(1.05%) , 마포구(1.03%) 등이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0.75%)를 크게 웃돌았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는 84㎡가 5월달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이 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9억원까지 상승해 4개월 만에 2억원 올랐다.

서울 집값 가늠자로 불리는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지난 2월 같은 주택형 전세 시세가 7억5000만원이었는데, 최근 10억원을 넘겼다.

다세대 주택이 많이 분포한 지역이면서도 아파트 밀집지역 위주로 전세금 상승률이 높았다. 최근 전세사기 이슈로 빌라에 거주하던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조선DB


9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2020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주택 전세 거래 49만 8778건(아파트 23만 6193건, 연립∙다세대 26만 2585건)을 분석한 결과 2022년 12월을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을 추월했으며, 이후 올해 7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전세금 오르자 계약갱신권 사용도 증가…“내년 입주물량 감소, 전세 불안 우려”

일부지역에서 전세금이 급등하자 계약갱신권을 이용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토대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하반기 4개월(7월~10월)간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임차인이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34.5%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1~6월) 32.8%에 비해 1.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전세금이 고점을 찍었던 2022년 상반기 평균 65.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이후 전세시장이 침체하고, 일부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면서 작년 하반기 53.2%, 올 상반기엔 32.8%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전세금이 올해 5월경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갱신권을 사용하는 임차인들이 늘었다.

구별 갱신권 사용 비중은 금천구가 가장 높았다. 금천구는 상반기 갱신권 사용 임대차 계약 비중이 10.5%에서 하반기 30.1%로 무려 9.5%포인트 증가했다. 이어 광진구(8.9%포인트), 서대문구(6.0%포인트), 송파구(5.9%포인트), 서초구(4.6%포인트)가 갱신권 사용 비중이 증가했다.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금 강세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 파장이 잦아들어 증액 갱신 사례가 늘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 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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