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7일 찾은 수원의 한 생활숙박시설. 수원시청역 초역세권에 들어선 건물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는 상가, 지상 7층부터 17층까지는 생활숙박시설이 들어서있다. 상가 총 315실, 생숙 185호실로 이뤄졌다. 지난 8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인적이 드물다. 1층 대로변 상가는 20개 호실 중 3곳만이 차있었다. 건물 내부 1층 상가는 텅텅 비었다. 공인중개사사무실 2~3곳만 입점해 있었다. 상가만 315개를 갖춘 초역세권 대형 건물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곳은 예전 수원 갤러리아백화점이 있던 부지로 인계동 상업지구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문의, 매물 정보만 알리는 문구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상가 315실은 90% 이상이 분양을 마쳤다. 그러나 현재 315실 중 95% 이상이 공실이다. 임대차 계약 진전이 없다. 외부에서 보기엔 불 꺼진 건물로 인식해 보러 오려는 사람조차 드물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에 입주할 때 불량품이 되면 (상권을) 살리기가 쉽지가 않다”며 “테마상가 호실만 300개가 넘는데 이 정도 규모를 맞출 수 있는 상권은 어디에도 없고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다 실패하지 않았냐”고 했다.
지하 1층엔 스타벅스가 들어서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현실적으로 입점하기가 어려운 점도 악재다. 인계동 기존 상권에 들어선 점포와 이곳 상가 건물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추가로 점포 확장이 어렵다. 상가 분양가는 평당 1억~1억2000만원. 1층 전용 10평짜리 상가는 11억원 안팎이다. 대로변 10평짜리 상가 임대료는 월 450만원, 안쪽은 300만원대다. 그러나 상가 매물 임대료만 이렇게 책정돼있을 뿐 거래가 없어 시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상가 공실 뿐만이 아니다. 이 생숙은 총 185호실로 모두 분양을 완료했다. 그러나 잔금을 완납한 곳은 14호실에 불과하다. 소유주들이 생숙 운영에 혼란을 겪으면서 잔금 납부가 지연되고 있다. 전용 59㎡ 분양가는 4억8000억원, 84㎡는 6억8000만원이다. 생활숙박시설 소유주는 분양 당시 주거용으로 홍보한 상품이 숙박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돼 사기분양과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 생숙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관련 세금도 부과되지 않아 부동산 호황기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21년 정부가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해야 하고 용도변경이 어려울 경우엔 의무적으로 숙박업 신고를 하게끔 관련 법을 개정했다.
생숙 소유주들은 수원시를 통해 지구단위계획 등 변경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소유주 김모씨는 “시행사가 입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위탁 운영사가 호텔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며 “80~90명은 입주를 거부하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 운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는 시행 대행사 측에 주거용으로 홍보한 사실이 있는지, 생숙 운영 계획 등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시행 대행사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수원시와 팔달구청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의 정확한 지침이 없어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마땅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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