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엄마, 옆집이 모텔이야" 초품아 이어 모품아 등장에 누리꾼들 경악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11.07 17:49

[땅집고] 경기 군포시 금정동에 분양한 ‘금정역 개성 로니엘’이 단지 한가운데 모텔 건물을 품고 있다. /분양 홈페이지


[땅집고] “세상에, 모텔을 품은 아파트라니… 아이들 성교육에는 딱 좋겠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지난 10월 개성건설이 경기 군포시 금정동 일대에 분양한 ‘금정역 개성 로니엘’이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2층 규모로 아파트 80가구와 오피스텔 160실로 구성한다. 지하철 1, 4호선이 지나는 금정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초역세권 입지가 이 단지 장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금정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모텔 건물과 딱 붙어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단지 배치도를 보면 ‘ㄷ’자 형태로 되어있는데, 옆구리가 쏙 들어간 부분에 최고 5층 높이 ‘유진모텔’이라는 건물을 품고 있는 것. 자칫 아파트 저층 내부에서 모텔방이 훤히 들여다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정역 개성 로니엘’은 모텔을 품은 아파트, 이른바 ‘모품아’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다. 네티즌들은 “전용 81㎡ 분양가가 최고 7억4000만원 정도던데, 이 돈을 주고 모품아를 누가 선뜻 분양 받겠느냐”, “그야말로 자녀들 성교육에는 최적화된 아파트겠다”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단지는 지난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을 겪어 2순위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70가구 모집에 82명 청약하는데 그쳤칠 정도로 인기가 낮았으며, 전용 72㎡는 6가구 미달돼 미분양 아파트로 남게 됐다.

■모텔촌 개발하다 발생한 기형적 모품아

[땅집고] ‘금정역 개성 로니엘’ 공사 현장 펜스 옆에 ‘유진모텔’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금정역 개성 로니엘’이 기이한 모품아 아파트가 된 이유가 뭘까. 건설업계에선 이 아파트 시행과 시공을 맡은 개성건설이 모텔촌 일대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유진모텔’을 인수하지 못해 이런 형태의 단지가 생겨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금정역 개성 로니엘’이 있는 지하철 1·4호선 금정역 4번 출구 일대는 금정동 일대에서 가장 활성화된 유흥거리 중 한 곳이다. 식당, 술집이 즐비해있고 모텔이 밀집해있는 형태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개성건설은 2020~2021년 금정역 일대에 모텔 등 숙박업소가 들어서있던 땅과 상가를 줄줄이 사들여 아파트 개발에 나섰다. 2020년 562.1㎡ 땅을 60억원에, 2021년 226.8㎡ 부지를 28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등이다. 당시 금정역에 GTX-C노선이 개통한다는 소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입한 땅과 맞붙어있는 ‘유진모텔’은 인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모텔은 1996년 준공한 건물로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모텔 소유주 입장에선 개성건설에 땅을 넘기는 것 보다는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익이 더 짭짤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정역 개성 로니엘’은 이 유진모텔을 옆구리에 품고 있는 기형적인 아파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모텔촌·집창촌 아파트 무시 마라…향후 천지개벽할수도

사실 전국 곳곳 유흥가마다 이런 모품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텔촌은 보통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주변 등 교통이 편리한 곳, 혹은 대형 상권이나 대학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조성된다. 숙박업소 이용 수요를 노린 입지 선정이다. 어쨌든 부동산 관점에서 주변 인프라 등 입지 자체는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모텔촌을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단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거단지와 기존 모텔 건물들이 공존하게 되면서 ‘금정역 개성 로니엘’ 처럼 웃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땅집고]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사상 센트럴 스타힐스’ 아파트 바로 옆에 모텔 건물이 붙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사상 센트럴 스타힐스’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단지 인근 사상역이 부산사상버스터미널을 끼고 있는 교통 요충지라 주변에 모텔촌이 형성돼있는데, 이 일대 부지를 개발해서 지은 총 874가구 규모 아파트다. 그런데 단지 내 어린이집과 맞붙은 곳에 ‘하나모텔’, ’나무늘보모텔‘, ’비너스모텔‘ 등이 남아있고 101동과 105동 역시 모텔 건물들과 창문을 나란히 히고 있는 불상사가 발생하면서 모품아 신세가 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2025년 6월 입주 예정인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도 마찬가지다. 서울 남부터미널 일대 모텔촌을 개발해서 지은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분양가가 17억2000만~21억7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 바로 맞은편 부지에 ‘나인스호텔’, ‘라바호텔’, ‘소설호텔’ 등이 있어 모품아 조롱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과거 집창촌이었지만 현재 초고층 주거단지가 들어서 천지개벽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조선DB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모품아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모텔촌이 주는 인식이 부정적이라 현재 동네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비선호시설을 낀 지역은 앞으로 개발을 거쳐 신흥 주거 타운으로 천지개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다. 과거 집창촌을 끼고 있어 서울 교통 요충지지만 기피 지역으로 꼽혔는데, 지금은 재개발을 거쳐 초고층 아파트·오피스텔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환골탈태한 상황이다. 현재 청량리 대장주로 꼽히는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는 총 1425가구 규모 단지인데, 전용 84㎡ 분양권이 올해 10월 10억5000만원에 팔렸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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