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피해액 700억대 대출사기범 정체 알고보니 유명 '대출상담 인플루언서'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10.31 17:15 수정 2023.11.01 18:54

[땅집고] “언론사나 구독자 수가 많은 재테크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사람이라 믿고 대출을 맡겼는데…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대출상담사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강동훈(예명 티)이 대출상담을 의뢰했던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받은 뒤 잠적한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약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강동훈이 임차해있던 서울 서초구 사무실. 입구에 쓰레기 더미가 널브러져 있었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가 31일 강동훈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일대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으나 바닥에는 쓰레기 더미와 대출 위임장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같은 층 상가에 입점한 임차인 A씨는 “사나흘 전부터 사람들 30~40명 정도가 옆 사무실에 드나들었다”며 “고성과 울음소리로 영업을 하기 힘든 정도였다”고 했다.

강동훈은 대출상담사로 부룡티비 등 재테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던 인물이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그가 운영하는 단톡방에서 대출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잘해주며 유명해졌다.

예명 '티'로 활동하던 강동훈



범행대상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낮으면 대안으로 다른 대출을 이용할 방법을 찾게 되는데 통상 사업자 대출을 받는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로 대출을 받으면 주택 KB시세의 40~60%밖에 받을 수 없었지만 사업자 대출은 주택 KB시세의 80%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업자 대출은 등기를 한후 3개월 뒤에 실행할 수 있으며 사업자 대출을 하려면 먼저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차주 중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만한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출 브로커가 차주에게 사채나 대부업체를 연결해주고 주택담보대출을 갚게 한 뒤 사업자 대출을 받도록 했다. 이때 사업자 대출을 실행하기 전 잠시 빌리는 돈을 ‘브릿지 대출’이라고 한다.

한 피해자는 “강동훈이 자신을 통해 브릿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신분증, 개인정보, 인감도장을 이용해 당사자들 모르게 대출을 실행한 뒤 그 돈을 해외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브릿지 대출을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브릿지 대출을 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오픈카카오톡방에서 “브릿지 대출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를 합쳐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브릿지 대출은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대출금 상환이 어렵다는 것이 맹점이다. 이때문에 이율이 높다. 투자자들은 강씨가 “브릿지 대출로 수익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말을 믿고 사실상 채권 확보없이 돈을 빌려준 셈이다. 강씨는 이 돈도 함께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강씨가 당초부터 빼돌릴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투자금을 받아놓고 브릿지 대출을 받을 차주가 나타나지 않자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돌려 줄 수 없어 잠적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땅집고] 예명 '티'로 활동하던 강동훈이 브릿지 대출금 투자액을 모집하기 위해 남긴 카카오톡 메세지. /독자 제공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현재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강동훈이 브릿지 대출을 실행하겠다며 연결해준 대부업체인 ‘R’사 , ‘J’사, ‘M’사로부터 빌린 돈에 강씨가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합친 금액이다.

[땅집고] 불법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위조한 인감증명서 등. /독자 제공


현재 강동훈이 운영하던 티하우스 단톡방은 폭파된 상황이다. 강동훈은 그의 사무실이었던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피해자들에게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는 “어차피 사건을 수사한다고 하더라도 강동훈에게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동훈이 출연했던 부룡tv 채널 주인인 신현강 부와지식의배움터 대표는 “강동훈이 올 초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대출 강의를 했는데 깔끔하고 쉽게 강의한다는 평을 듣고 섭외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게 됐다”며 “부룡tv는 사건에 연루된 내용이 없는데 그를 출연시키는 바람에 우리도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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