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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목동 7단지 재건축…추진위 난립 '신탁vs 조합 갈등'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10.31 07:03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대표 사업지인 목동신시가지 7단지 재건축 예정 단지가 사업방식을 놓고 주민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목동 7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재건축 사업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코람코자산신탁이 정추위라는 단체와 MOU를 체결하고 목동 7단지가 신탁방식으로 결정됐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을 정면 반박하며 입장 발표를 한 것이다.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조선DB


서울시 양천구 목동 925번지 일원에 있는 목동7단지는 34개동에 총 2550가구 규모로 올해 1986년 입주해 37년차를 맞는다. 특히 목동7단지는 14개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 대장주로 평가는 아파트다. 분양매출까지 합치면 8조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다. 최근 주민들끼리 정비사업 방식에 대해 입장 차를 보이면서, 혼란이 거듭되는 모습이다.

■ “신탁”vs.“조합”…사업 방식 놓고 주민 갈등 벌어져

사건의 발단은 일명 ‘정추위’라고 불리는 목동7단지 주민 단체가 10월 6일에 조달청 누리장터 민간입찰공고서비스에 신탁사 입찰을 진행하며 불거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목동7단지 주민 단체인 정추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목동7단지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목동 7단지를 4500가구 대단지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단 하루만인 25일에 목동7단지의 또다른 주민단체인 ‘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가 이를 정면 반박했다. 목동 7단지 재준위는 2018년 2월 12일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온 유일한 단체”라며 “현재 신통기획 자문방식으로 정비구역 지정 입안 제안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사업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주민단체의 논리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단독입찰, 낙찰된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단지에서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신탁사를 선정할 때 특별히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재준위 측이 문제삼는 것은 신탁방식을 추진한 주민단체 정추위가 소유주에게 신탁 또는 조합방식 진행 여부를 묻지 않고, 입찰에 나선 점을 문제삼고 있다. 재준위는 “불법적인 홍보 속에 주민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에 대한 결과를 소유주에게 공표하지도 않은 채 신탁사 입찰을 진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초기 단계인 목동7단지의 경우 추진위원회 승인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주민 단체도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재건축 초기 단계에는 주민 대표 단체가 다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주민 갈등으로 인해 저희가 추진한 업무협약이 그 자체로 마치 비밀스럽고 절차상 오류가 있었던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 ‘신탁 방식’…장점 많지만 국내 성공사례 드문 편

목동 7단지는 신통기획과 신탁 방식을 놓고 지난 9월 스타조합장 한형기 조합장까지 섭외해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한형기 조합장은 “목동 7단지는 목동 신시가지 단지 중 규모와 입지 측면에서 재건축 후 랜드마크가 될 곳이다”며 “여의도나 목동에서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조합 방식으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했다.

민간이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은 크게 조합, 신탁으로 나뉜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주민간 갈등도 심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는 조합 방식이다. 주택 소유주로 구성된 조합이 시공사 선정과 각종 인허가, 분양 등 모든 절차를 맡아 진행한다. 다만, 조합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신탁 방식은 조합이 일부 수수료를 지불하고 사업 진행 전반에 걸쳐 전문 신탁사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신탁방식은 신탁회사의 자금조달, 투명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합이 신탁사에 분양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점은 부담으로 거론된다.

최근 정부는 신탁사업 방식에 대한 규제를 허무는 추세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탁사 등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전문성을 감안해 정비구역 지정과 동시에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고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9.26대책에서 토지면적 3분의 1이상을 신탁(등기이전)해야 하는 요건을 없애 규제 문턱을 낮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탁사는 기본적으로 조합보다는 자금력을 갖췄기 때문에 공사비와 금리 등이 많이 오르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사업비를 줄이고 속도를 내는데 유리한 측면도 많다”며 “조합의 주도권,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성공사례가 나오면 정비사업 시장에서 신탁사 입지가 넓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업비를 줄이고 사업기간도 단축하기 위한 것인데 국내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점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업장에서 오히려 갈등 요소가 되면 장점을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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