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펜싱 남현희도 가스라이팅 당한 '시그니엘' 트릭…주거 신분사회의 민낯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0.27 11:07 수정 2023.10.27 14:37
[땅집고] 전청조가 지인에게 보낸 문자 내용(왼쪽), 전청조-남현희 웨딩사진(오른쪽). /JTBC 캡쳐


[땅집고] “But your friend와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

많은 사람들이 ‘펜싱여제’ 남현희가 ‘사기 전과범’ 전청조를 꼼짝 없이 재벌 3세로 믿은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전청조가 재벌3세를 흉내내며 지인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된 이후엔 이런 ‘기가 차다’는 말도 아깝다는 반응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누가 봐도 허술해보이는 전청조의 재벌 3세 사기극에 속은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상당한 금액을 뜯겼다.

일각에선 전청조가 최종 목표로 삼은 것은 남현희의 펜싱스쿨 학부모였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력을 갖춘 이들을 상대로 더 큰 사기극을 펼치려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강남에선 미국 아이비리그 입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펜싱을 배우는 부유층 자제들이 많다.

최근 남현희의 펜싱 아카데미 원생 학부모라고 주장한 A씨는 “(펜싱학원에는) 국내 대기업 3·4세 10대 아이들과 연예인 자녀 등 부유층이 많다. 아마 그걸 노리고 접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최종 목표는 남현희가 아닐 것이다. 지금 여기(남현희 펜싱클럽) 엄마들도 술렁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땅집고] 지난해 국내 모처의 카페를 방문한 당시 찍힌 전청조 씨(사진 가운데). 경호원 두명이 근처에 서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원실


전청조는 자신이 재벌 3세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거지와 차량으로 각 ‘시그니엘’와 ‘벤틀리’를 선택했다.

시그니엘은 최고 123층, 총 555m 높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들어선 고급 레지던스다. 현재 이곳엔 가수 김준수와 배우 조인성, 황재균 지연 부부, 클라라 등 유명 연예인들과 재벌 2세 3세들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는 42억~370억원에 달한다. 관리비는 매월 약 200만~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청조는 시그니엘이 유명인들이 택한 역대급 가격의 주거지라는 점에서 ‘주거 신분증’으로 삼았다. 벤틀리 역시 마찬가지다. 전청조가 남현희에게 선물한 자동차는 영국 자동차 회사 벤틀리의 ‘벤테이가’로, 수입차 중에서도 고가에 속한다. 벤테이가 가격대는 2억 원 후반에서 3억 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한 해 동안 ‘럭셔리카’ 벤틀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곳이 우리나라라는 점도 눈길이 간다. 총 775대 판매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집과 차는 신분증이다. 집은 돈 단위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아파트 등장 이후엔 ‘아파트’ 자체가, 커뮤니티를 갖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등장 이후엔 ‘브랜드’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임대 시장도 계층을 나눈다. 같은 아파트에서도 자가, 전세, 월세에 따라 신분은 다시 구분된다.

최근 초고가 주택 거래가 활발한 이유 역시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강남이나 서초 등이 부촌으로 떠오를 땐 “강남 살아요” 만으로 부자 뉘앙스를 풍길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마저 흔하다는 것이다.

전국 공동주택 보유세 1위에 오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초고급 아파트인 ‘PH129(구 더펜트하우스청담)’과 성동구 성수동 3대장으로 불리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등이 인기있는 이유다. 이중 ‘PH129’는 대로변에 위치해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전 가구가 동향이다. 인근에 지하철역이나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도 없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최근 ‘에테르노 청담’을 130억원에 분양받았다.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국내 최고가 주택 3채를 보유 이다. 강남구 청담동 ‘워너 청담’,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이다. 주택 3채 시세를 모두 합하면 총 56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런 단지들이 초고가 주거지 위엄을 굳건히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곳에 산다고 말하는 순간, 신분증이나 직업을 보여주지 않고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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