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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확산루트 된 텐프로 룸살롱이 뭐길래…이선균도 단골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10.26 11:24 수정 2023.10.26 17:00

[땅집고] 배우 이선균. /뉴스1


[땅집고] 최근 마약 복용 혐의로 형사 입건된 배우 이선균(48)이 서울 강남구 일대 ‘텐프로 룸살롱’에 출입하면서 마약과 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룸살롱은 여성접대부가 있는 유흥주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유흥업소에서 접대여성의 벌어들인 팁 수입은 당사자와 매니저가 나눠 갖는다. 접대여성의 외모가 뛰어날수록 매니저가 갖는 비중은 적어지는데, 팁의 10%(텐프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비율로써, 그만큼 접대여성의 기여도가 크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팁의 분배 비율과 상관 없이 텐프로는 초고급 룸살롱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실제 이선균씨가 출입한 룸살롱은 VIP만 상대하는 회원제 술집이다. 한때 한국은 룸살롱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성했던 룸살롱은 성매매 특별법, 법인카드 사용제한, 음주문화 변화를 거치면서 몰락했고 현재는 초부유층을 위한 초고가 회원제 룸살롱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 등장한 룸살롱, ‘요정’ 밀어내고 유흥업계 정점 차지해

[땅집고] 경기 파주시의 한 룸살롱 내부.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파주경찰서


국내에 룸살롱이 생긴 것은 1970년대 초반부터라고 전해진다. 서울 광화문 '이명싸롱'과 후암동 '민의집' 등이 1세대 룸살롱으로 추정된다. 업소 내에 소파를 갖추고, 양장 차림을 한 여종업원과 1인 악사(밴드)가 나오는 형태였다.

당시 룸살롱은 이른바 ‘요정’에 비하면 급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체로 요정은 온돌방 구조며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이 가야금을 타고 전통춤을 추는 등 공연을 선보이곤 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정·관·재계 거물들이 주로 다녔다.

[땅집고]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 검사와 기자가 이른바 요정으로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여성 종업원의 술시중을 받으며 거래를 하고 있다. /영화 캡쳐


그런데 1980년대 전후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룸살롱이 급격하게 불어나게 됐다. 강남대로 좌우로 위치한 서초동과 신사동, 역삼동 일대에 룸살롱이 우후죽순 생겼고, 이후 테헤란로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룸살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도 국내 최대 룸살롱 밀집지는 테헤란로 동쪽 선릉역 일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룸살롱은 시·군 단위까지 퍼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 달에 1000곳이 개업할 정도로 확장됐다고 전해진다. 결국 룸살롱은 요정을 밀어내고 유흥업계 정점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룸살롱마다 차별화 전략 

룸살롱 수가 급격하게 불어나다보니 업소마다 차별화 전략을 폈다.

먼저 고가 전략을 택하는 룸살롱이 있었다. 당시 고급 룸살롱마다 술값이 17년산 국산 양주 1병에 80여만원, 조니워커블루 180만원, 발렌타인 30년은 250만원 안팎, 루이 13세는 병당 1200만원 이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배우 이선균이 VIP 손님으로 다녔던 곳 역시 이런 고급 룸살롱에 속한다.

[땅집고] 이선균 마약 투약 장소로 지목된 유흥업소. /JTBC 캡처   


반대로 일부 업소는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했다. 한 건물에서 술과 성매매를 모두 소화하는 이른바 '풀살롱'이 등장했는데, 술값은 다른 룸살롱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보니 일반 직장인인데도 풀살롱에 방문해 유사 성행위는 물론이고 성매매 등 퇴폐 행위까지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아지게 된 것이다.

■룸살롱의 몰락과 VIP 룸살롱의 생존전략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전후 최대 호황기에는 한 달 1000곳의 룸살롱이 개업할 정도로 룸살롱이 성황을 이뤘다. 강남 뒷골목을 룸살롱이 장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룸살롱을 호텔지하에 입점시켜 술자리가 끝나면 성매매로 바로 이어지는 이른바 공장식 룸살롱까지 등장했다.

당시 동양최대의 룸살롱으로 통했던 '어제오늘내일(YTT) 로 서울 논현동의 19층짜리 호텔 건물의 지하에 룸이 180개, 여성종업원이 500여명, 전체 직원이 1000명이나 됐다. 연매출 650억원, 하루 고객이 100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룸에서 술을 먹고 엘리베이터로 호텔 상층으로 이동 성매매를 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이 나서 불법 성매매 행위, 탈세 등 혐의로 업주를 구속하면서 폐업, 공매로 넘어갔다.

2000년 5월 17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386세대 정치인들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셔 논란이 됐을 정도로 룸살롱 문화가 한국사회에 만연했다.

룸살롱은 청탁과 금품이 오고가는 검은 거래가 벌어져 뇌물사건에 단골로 등장했다. 음주 문화 변화와 성개방 풍조, 지속적인 단속 등이 겹치면서 룸살롱 폐업이 잇따랐다.

결정적 계기는 법이었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도입되면서 성매매 남성이 처벌대상이 됐고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도록 관련 제도가 바뀌면서 룸살롱의 절대 고객이던 법인카드 수요가 급감하면서 룸살롱 폐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일반인보다는 유명 운동선수, 재계 고위층, 연예인 등 자기 돈으로 술 먹는 초부유층 상대 회원제 룸살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술값은 비싸지만 비밀 보장이 가능해서 부유층이 선호한다. 이선균씨가 출입한 룸살롱은 4명 술값이 10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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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텐프로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때부터 20년이 경과한 이제 와서는 가게 시스템들이 달라져서 그 유래와는 별 상관이 없어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는 어떤 시스템의 유흥주점에서도 고객으로부터 TC 명목으로 받은 돈의 10% 이상 떼고 유흥접객원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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