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뱅크런 사태가 불거진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강화 조치에 나서면서 부실채권을 대량 매각하고, 부도 우려 사업장에선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업계에선 새마을금고가 위기 관리에 나서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에 선순위로 1000억~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내준 새마을금고가 갑자기 사업장에서 손절하는 순간, 부실 위험이 타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칫 새마을금고만 살아남아고, 증권사·캐피털·신탁사 등 후순위 금융사는 초토화하는 새마을금고발(發) 금융 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건전성 관리 딜레마…새마을금고만 살아남고, 타금융사는 초토화하나
업계에선 올해 새마을금고가 부실채권을 대량 매각하는 것이 채권시장 전반에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 사태 등이 발생한 이후 7월 5~7일 3일간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종금·상호 업계는 3조원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전달 3조1584억원어치 순매수, 지난해 7월 7009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업계는 당시 채권은 대부분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물량에 따른 여파가 미미하지만, 연말까지는 추가적인 매도 물량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해에만 부실채권이 많은 금고 3곳에 대한 합병을 완료했는데, 연내 상태가 심각한 금고 최소 4곳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즉, 부실채권 매도가 더 늘어 채권시장에 불안이 또한번 야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회는 또한 부실한 부동산 사업장에선 본격 손을 떼고 있다. 지난 18일 강남 청담동 ‘르피에드 청담’ 주거시설 사업 브릿지론이 선순위 투자자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반대로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총 PF 대출금 4640억원 중 40%에 가까운 18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최근 각종 위기설이 불거진 새마을금고로선 원칙적으로 득실을 따져 대출 심사를 적용한 결과다.
새마을금고는 그간 부동산 PF 규모를 대폭 늘려왔는데, 이에 따라 PF 연체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당장 새마을금고가 높아진 PF 연체율 관리에 나서는 것도 타금융사에는 불안 요소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관리형토지신탁(부동산 PF 일종) 사업비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출잔액은 16조3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1695억원) 대비 약 96.4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체율은 2021년 0.07%으로 낮았던 연체율은 지난 3월말 1.14%까지 올랐다가, 6월말 기준 0.75%로 다시 내려오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관리형 토지신탁은 책임준공형이 대부분이다. 책준형 관리형토지신탁은 신탁사가 대주단에게 사업장의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주단이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부동산 침체기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를 신탁사가 배상할 의무를 지게 된다.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는 손해가 없는 구조지만, 해당 리스크가 신탁사 등 타 금융사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 부실채권 팔아치우고, PF 현장 발 빼는 새마을금고
새마을금고는 주무 감독기관이 행정안전부이다. 금융권 전반을 관리하는 금융위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현재 박차훈 새마을금고회장이 사임하면서 최고 책임자까지 공석이다. 내부에서 늘어나는 부실 채권 등에 대해 기존보다 더 원칙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선다고 새마을금고가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 금고는 부동산 PF등에는 그간 선순위로 참여해 대출 연장을 거절해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부 규정상 동일인에 대해 금고당 50억원만 대출하도록 해 자금 운용에도 제한을 걸어뒀다. 새마을금고는 개별 법인이기 때문에 부실한 금고가 발생하면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부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부동산 큰 손’으로 불린 새마을금고는 대부분 선순위로 투자한 경우가 많아 사업장이 부실해도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다”며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함께 참여한 중후순위 증권·캐피탈사 등 취약 금융사에 해당 사업지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ky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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