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주택자 규제에 강남도 '옥석가리기'로…"'똘똘한 한 채' 선호 높아질 것"

뉴스 전현희기자
입력 2023.10.25 08:19 수정 2023.10.25 15:45


[땅집고] “학군지 대표격인 강남 내에서도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만 인구가 몰리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다주택자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똘똘한 한채, 즉 아이 키우기 좋은 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만 인구가 쏠릴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 새 아파트 공급 정책이 전무하니 주요 학군지 신축 아파트가 희소한만큼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에 근접하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서울 강북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조정되는 등 반등세가 진정되고 있다. 땅집고가 이상우 대표를 만나 최근 주택 시장의 분화 요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앞으로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분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서울 강북 지역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나?

“가장 큰 이유는 다주택자 규제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전 정부에서 강화했던 취득세, 종부세 규제가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1주택자 지위만 허용해 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들은 지난 정부 때 다주택자의 진입으로 ‘풍선효과’ 때문에 집값이 올랐던 지역이 대다수다. 다주택자들이 자기가 보유한 주택 중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매물을 빼고 팔거나 모두 팔아 자기가 살 수 있는 최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풍선효과로 집값이 올랐던 지역은 당분간 상승 기류를 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하락하고 있는 지역들 분위기 바뀔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 정부는 정권에 따라 주택 정책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서 언제 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가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다. 실제 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10년 임대 하면 혜택을 준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혜택을 없앴다. 속칭 정부에게 뒷통수를 맞게 되면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는지에 상관없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본다.

- 금리 인상이 최근 집값 하락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금리가 다시 하락한다면 분위기 바뀌지 않을까?

“금리가 인하한다고 해서 갑자기 하락하고 있는 지역에 주택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금리가 내린다고 해도 돈을 빌려가면서 종부세, 취득세 등을 내면서 주택을 살만 한 유인이 떨어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될까?

“직장과의 거리나 교통편을 제 1의 기준으로 부동산 가치를 매겼던 것은 이제 과거 얘기다. 서울, 수도권 내 곳곳에 지하철이 놓이고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더이상 ‘직주근접’이 부동산 시장에서 차별화 지점이라고 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 즉 학군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이란 단순히 입시 성적이 우수한 학교가 있는 지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구열이 높은 고소득 직군의 자녀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를 갖춘 신축 아파트로 정비된 지역이다. 실제 최근 시구별 인구 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올 해 새 아파트 입주량이 늘어났던 강남, 동대문, 인천 검단, 화성 등을 중심으로 인구가 늘었다.

심지어 강남 내에서도 신축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 중심으로만 학령인구가 늘었다. 최근 새아파트가 입주한 개포동 일대에 있는 도성초, 언북초는 2007년 대비 2023년 초등학생 수가 늘었다. 반면 지어진 지 10년 이상된 아파트가 밀집한 신동초, 방배초는 작년 2007년 초등학생 수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아이를 100만명 정도 낳다가 현재 25만명도 안낳는다. 그렇게 되면 상업시설, 교육시설 등 인프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소비될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지역은 슬럼화될 것이다. 학부모가 슬럼화된 지역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학군지를 찾는 것은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 지금 집값 오르는 지역들 언제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나?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한 학군지 중심으로 계속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올해 가구소득증가율이 6% 정도였는데 임금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에 의해 집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같은 퍼센티지라도 고소득자들은 오르는 절대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상급지 집값 상승률은 더욱 크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 단지 일대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생존 본능과는 다른 현상으로 봐야한다. 생리적욕구·안전의 욕구가 해소된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보여줄 트로피가 될 만한 곳의 아파트를 사려는 즉 사회적 욕구를 실현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압구정 아파트의 총 가구 수가 많은 것처럼 보여도 1만3000여가구 뿐이다. 전국 기준 순위 1만3000등 안에 들고 싶어할 것이다. 압구정 뿐 아니라 여의도 재건축 단지나 하이엔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강변 아파트가 희소한 재화이기 때문에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 지금 주목해야할 상품은?

“신축 수요가 끊이지 않는만큼 속도 빠른 재건축 단지에 주목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러려면 한 단지 내 입장이 다분화돼 있지 않고 동질적인 집단인 지역의 단지를 고르는 게 좋다. 부담금이 얼마들든 상관없이 고급화해 빠르게 마무리할 의지가 있는 곳이다. 실제 성공 사례가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첼리투스’다. 이 단지는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분 없이 분담금 5억4200만원을 냈고 수익률을 80%까지 올렸다. 2010년 이주비, 분담금, 권리가액을 합한 금액에서 이주비를 뺀 실투자금이 13억9200만원이었는데 2015년 준공후 시세는 25억으로 올랐다.

위치, 입지는 좋은데 재건축을 하기에 연한에 다다르지 않은 준공 15~20년차 단지들을 리모델링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실제 래미안 퍼스티지, 리센츠 등은 좋은 단지지만 인근 신축 단지 때문에 저평가 받고 있다. 이제는 입지 좋은 단지들은 7~8년 간격으로 관리해 리모델링으로 가치를 유지하면서 신축과 겨룰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 정부는 양극화 어떻게 해야하나?

“시장 수요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해야 한다. 최근 발표한 공급 정책의 경우에도 공급자(시행사)를 위한 공급 정책이지 사실상 수요자를 위한 대책이 없었다. 이때 수요자를 위한 공급은 앞서 언급했던 내용 그대로다. 아이 키우기 좋은 곳에 새 아파트다. 서울의 재건축 사업을 진작시킬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적어도 지난달 발표한 정책에는 빠졌다.

그밖에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은 더이상 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오히려 시장을 왜곡 시킨다. 박근혜 정부 때가 유일하게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인정한 때라고 봤다. 당시 정부는 집값은 움직일 여지가 없기 때문에 민간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주택 가격을 시장에 전적으로 맡겼다. 이때 다주택자, 재건축 등 어떤 규제도 없었다. 다소 방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외려 수요자의 입장을 인정했기에 시장이 왜곡이 최소화됐던 때였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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