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팰리스 73’ 국내 첫 설계
“수많은 건축가가 디자인한 집 중 최고를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집을 선택하겠다.”(유현준 홍익대 교수)
‘백색의 건축가’. 건축계에서는 리처드 마이어를 이렇게 부른다. 대부분 외관을 순백색으로 하고 자연광과 주변 경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독특한 건축 스타일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은 미국에 지은 더글라스 하우스. 미시간호수 옆 낭떠러지 숲속에 지은 집이다. ‘숲 속의 하얀 집’이라는 별칭을 얻었는데 전 세계 부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집 중 하나다. 그는 1984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도 받았다.
마이어가 백색 건축을 콘셉트로 한 하이엔드 주거시설을 한국에 처음 선보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 터에 짓는 ‘더 팰리스 73′이 그것. 지하 4층, 지상 35층 아파트 58가구와 럭셔리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가구다. 마이어가 이끄는 ‘마이어 파트너스’가 외관은 물론 내부 평면, 마감재, 동선까지 설계했다.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시공한다. 설계를 주도한 마이어 파트너스의 연덕호 디자인 파트너를 통해 더 팰리스73 디자인 콘셉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백색 건축을 고집하는 이유는.
“백색은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인상적인 색채다. 백색 건축은 주변 모든 색깔의 빛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시시각각 변화는 빛을 통해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다른 색채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건축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힘을 갖고 있다.”
-한국에 주거시설은 처음 선보인다.
“건축물 개념 구상부터 설계까지 약 2년 걸릴만큼 공을 들였다. 더 팰리스 73은 마이어 파트너스의 ‘백색 건축’ 개념을 확장하고 응집한 결정체가 될 것이다. 외관은 다채로운 파사드(facade·입면)를 갖춘 백색으로 설정하고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조형미를 더할 계획이다.”
-보기 드물게 디테일까지 챙겼다고 들었다.
“더 팰리스 73을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백색과 직선을 주로 쓰는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 방식은 디테일이 조금만 달라져도 건물 전체의 미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 골조와 외관 뿐 아니라 내부 평면, 인테리어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챙겼다. 미국 뉴욕의 초호화 건축물 감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 층에 한 가구만 배치했는데.
“대지면적은 넓지만 건물 밀집도를 낮춰 입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미학적 가치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고층부에도 테라스를 외부 노출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층고도 일반 아파트보다 월등히 높다. 이를 통해 한강과 서래공원, 서리풀공원 등 주변 녹지 조망권을 확보하고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반포라는 입지를 어떻게 보나.
“마이어 파트너스가 한국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최고의 가치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설계에 앞서 십여차례 반포동 현장을 방문한 결과, 우리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더 팰리스 73 부지는 서울 강남에서 찾기 힘든 널찍한 땅이다. 랜드마크급 건물이 탄생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한다. 덕분에 건물 높이 약 150m로, 50층 아파트와 맞먹는 대규모 주거시설이 가능했다. 인근에 서래공원과 서리풀공원, 한강 등 자연녹지도 풍부한데, 이는 센트럴파크를 품은 미국 맨해튼과 비슷하다.”
-더 팰리스73은 어떤 건축물이 될까.
“지금 서울은 하이엔드 주거시설 수요와 공급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의 뉴욕을 닮았다. 더 팰리스 73은 서울 어디에서 보더라도 시각적인 힘을 발휘하는 건축물이자, 반포동을 상징하면서 향후 100년 이상 갈 헤리티지(문화유산)와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