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확보위해 철거되는 세운상가-하>세입자 대책 실종
[땅집고] “녹지가 만들어지면 여기 상가 임차인은 갈 데가 없어요. 상가 소유주가 민간 개발업체에 매매하면 저희는 그냥 바닥에 나앉는 거죠. 단골도 잃고 산업도 무너지는 겁니다” (세운상가 점포 임차인A씨)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종묘와 남산을 있는 1km의 녹지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지만 녹지축 상가군 임차인에 대한 이주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지축으로 조성될 지역에 있는 상가는 세운상가를 비롯한 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 등 7개 건물이다.
■ 녹지 축에 있는 ‘세운상가 세입자’ 이주 대책, 서울시 “나 몰라라”
서울시는 지난2020년 세운지구 재개발 구역에 있는 상가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으로 영업기반을 잃게 된 세입자들에게 주변 임대료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상가 700호를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공공 임대상가 건립 계획 일부는 취소·축소됐다.
이 가운데 세운지구 재개발 지역 상가 임차인(세입자)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시는 이달 12일 중구 산림동에 상생지식산업센터를 마련해 일부 업체가 이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산림동 지식산업센터는 지하1층~지상6층, 연면적 4235㎡ 규모다. 1~5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억원을 조달해 마련했고, 6층은 서울시가 36억원을 투입해 도시재생시설로 조성했다.
세운 5-1·3구역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에서 재정비촉진계획이 가결돼 사업 시행 시 공공임대 산업시설을 공급한다. 지상 16층, 연면적 6444㎡ 규모로 조성되며 기존 제조업 등 세입자는 기부채납으로 지어질 공공임대상가에 입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곳은 세운지구 일대 재개발 지역에 해당하는 상가 상인들을 위한 대책이다. 녹지축을 조성하는 부지에 있는 세운상가 상인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 서울시는 ‘민간 기부채납 방식’을 채택, 상가 임차인(세입자) 대책의 책임 소재에서 벗어났다.
녹지축을 구성하는 상가군은 세운상가를 비롯한 7개 건물군(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으로, 서울시는 상가군 양옆 8개 구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재개발을 하는 민간 개발업체(시행사)가 상가군 부지를 사서 서울시에 기부채납을 하면 서울시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상호 간의 거래를 통해서 매입 기부채납을 하게 되면 갈등이 최소화되고 공공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상가군을 공원화 할 수 있다”며 “추후에 시설 사업을 한다든지 이러면 세입자(상가 임차인)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매입 기부채납은 세운상가 상가군에 있는 세입자를 고려할 수 있는 관련 법이나 관련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 30년 터전 잃고, 갈 길 잃은 3000개 영세 업체
세운지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 중 하나는 인쇄업이다. 서울시 중구 소재 인쇄업체 수는 5500여개에 달한다. 종사자 수는 1만 4000명 규모다. 이 지역 인쇄업체들의 매출 총액은 연간 약 2조원에 달해 서울시 전체 인쇄업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세운상가에는 인쇄업을 비롯해 소가전 제품, 방송통신장비, 전자부품, 조명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상인들은 같은 업종끼리 모여 집적효과를 내며 제품 생산과 유통이 연결되는 형태로 산업군을 형성했다.
세운상가 시장협의회 소속 상인 B씨는 “서울시와 세운5구역 개발자(개발업체), 상가 임대인 어느 누구에게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달받은 이야기가 없어서 답답하다”며 “당장 여기를 나가면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다 허물어져 가는 상가지만 제조업체들이 자리잡으면서 전기, 전자, 금속, 인쇄, 통신, 조명 등 제조와 유통이 유기적으로 작업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안석탑 세운상가 시장협의회 회장은 “서울시가 세운상가 상인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청회나 소식을 받은 일도 없다”고 했다. 안 회장은 “서울시가 민간업체로 상가를 매입해서 강제 처리하겠다는 것은 상인들을 무시하겠다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상가에 있는 상인 90%는 세입자이고, 상인들의 생활과 목숨이 달려 있는 터전을 잃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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