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上)
김경민 교수는 전국 아파트 가격이 득달같이 치솟았던 2021년 ‘내년 집값 대폭락’을 예측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2022년 아파트 가격 연간 하락률은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하락폭을 뛰어넘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은 연간 전국이 7.56%, 수도권이 9.68%, 서울이 7.70%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3년 부동산원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최근 부동산 트렌드 2024를 펴낸 김 교수를 17일 만났다. 김 교수는 2024년 말부터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해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기준 금리가 하락하는 시점과 공급 절벽 시기가 겹치면서 전세금 상승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 전문가들도 최근 부동산 시장을 해석하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먼저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우선 집값 사이클이 굉장히 짧아졌다. 사실 지난해에 올해 중후반쯤 집값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 그보다 훨씬 빨리 집값 저점이 찾아왔다. 급락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33평 시세가 23억5000만원이면 저점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초 1월에 이 가격에 거래가 됐다. 관악구 관악드림, 송파구 올림픽훼밀리 타운 등도 다른 주요 단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에 저점을 이미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 등은 지난해 4분기나 올해 1분기 바닥을 찍고 상승으로 전환했다. 일부 지역만이 바닥을 찍고 정체다.”
-상승으로 전환한 이유는?
“올 초 상승장은 금융 장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상승으로 전환한 결정적인 이유다. 지난해 10월 4.6%였던 국고채 금리가 올해 2월 3.2%로 떨어진다. 통상 국고채 금리는 기준 금리보다 높다. 근데 기준 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 기간 주담대 금리도 크게 떨어지면서 주택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고채 금리가 4.2%까지 다시 올랐다. 그래서 하반기 시장은 상반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전반적으로 올해 시장은 ‘상고하저’로 예상한다.”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도 있지 않았나.
“정부가 ‘집 사라’는 신호를 강하게 줬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봤을 때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는 9억원 이하 주택 거래가 상당히 늘었다. 그런데 15억 이상 아파트 거래량도 폭증했다. 15억 이상 주택은 특례보금자리론과 전혀 무관하다. 저가부터 고가 아파트까지 시장 참여자들이 ‘저점’이라고 판단해 뛰어든 것이다. 바닥을 찍었다는 건 확실한 팩트다.”
-매매가와 전세금이 동시에 올랐다. 주택 매입 시기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데 매입 시기로는 언제를 추천하나?
“국고채 금리, 주담대 금리가 올라가면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 변수는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다.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2025년부터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면 전세금이 치솟을 것이다. 주변 아파트 대형 단지에서 33평 또는 25평 전세금이 올라가고 있다면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다. 실수요자는 내년에 매입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미국 모기지 금리가 8%까지 올랐는데 집값은 안 떨어지고 있다. 왜 안 떨어지고 있는가.
“미국과 한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집값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고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국고채 금리와 주담대가 올랐는데도 집값은 안 떨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공급 부족’ 때문이다. 후분양제인 미국 주택 시장에서 신축 주택 공급이 꽉 막히면서 가격이 올랐다. 그리고 구축 소유주들이 과거에 해당 주택을 매입했을 때 주담대 금리 3%대 30년 만기 모기지로 산 사람들이 많다. 지금 7~8%대 금리 부담을 감당하면서 집을 살 만한 곳이 없다. 공급이 막히고 수요가 실종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지금의 미국 상황이 내년 서울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독일이나 영국 등은 부동산 시장이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한국도 2차 폭락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 사실 한국이 지금의 독일과 영국보다 경제 상황이 더 좋다. 독일은 지금 유럽에서 ‘병자’로 불린다. 세계 4위 경제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비틀거리고 있다. 블룸버그와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독일 경제가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올해 역성장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영국도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그래서 두 국가는 자국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게 맞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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