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몇 달사이 집값과 금리가 많이 오른 데다, 이사 날짜가 촉박해 매수를 포기했습니다. 집값이 비싸면 금리라도 저렴해야 과감히 지를텐데 쉽지 않네요.”
아파트 매매가가 전고점 80% 넘게 회복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주택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절벽’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 대출금리 얼마나 부담이길래 집을 안 사?
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요인은 대출 금리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내리면 거래가 늘고, 금리가 오르면 거래가 준다. 금리 인상 여부는 기존 아파트 시장 뿐 아니라 청약 시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출 이자가 불어나면서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믄이다.
은평구 녹번역 역세권 단지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59㎡를 9억원에 매수하면서 매매가의 40%를 다른 대출 없이, 금리 3%·만기 40년·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으면 월 상환액은 128만원에 그친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금리 6%를 적용하면 월 상환액은 약 2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녹번역 일대는 광화문 등 도심으로 출퇴근이 편리해 한때 젊은 층 매수세가 집중됐던 곳이다.
노원구 월계동 3000가구 대단지 '그랑빌’ 전용 59㎡를 같은 조건으로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93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리가 6%로 상향조정되면 매달 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이 아파트 중형 평수 매수자라면 매달 납부액이 60만원 이상 늘어난다. 노원구는 강북·도봉구와 함께 ‘영끌족’이 몰리면서 두 자치구와 함께 ‘노·도·강’으로 불렸다.
■ 대출금리 오르니, 집값 오른다?
업계에선 대출금리가 앞으로도 오름세를 지속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대출금리 인상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최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던 4.5%를 넘었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5주 연속 상승해 7.67%을 기록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6일) 9월 기준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3.82%를 기록해 전달 대비 0.16%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은행 대출 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 상단은 연 7.116%로 집계되는 등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었다. 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올 봄에 연 5%대를 유지했으나, 8개월 만에 다시 연 6%를 돌파했다.
대출 규제 강화도 시장 침체를 부추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대출 상품이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늘린다는 지적을 받자.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월 말 1년 한도로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그간 9억원 이하 집을 살 경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상품으로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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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 실종, 공인중개사 한숨 푹푹
거래건수도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7만4356건으로 전년동기보다 2.9% 감소했다. 앞선 5년 평균과 비교하면 37.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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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만8197건에 불과하다. 3만7000여 건이던 2021년 대비 1만 건 가까이 적다. 2020년(6만3000건)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매도자가 집을 내놔도 보러오는 이가 드물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671건(18일 기준)으로 올 1월(5만513건) 비해 51.7%나 증가했다. 매물 수는 8월 하순부터 7만 건을 돌파했다.
한 누리꾼은 "전세가 만기되면 매매를 할 계획이었지만, 한 번 더 쉬어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거래가 급감하면서 사무실을 닫는 공인중개사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161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030곳)보다 12.71% 늘어난 수준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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