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조' 재건축 여의도한양 롯데마트에 발목 잡히나…사업위기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10.19 07:00
[땅집고]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모습. /뉴스1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입찰지침 위법 사항이 있다며 시공사 선정절차를 중단하라고 했다. KB신탁 측은 입찰 지침을 위반하지 않았으나, 서울시 지적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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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KB부동산신탁이 오는 29일자로 예정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을 겸한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 공고 내용 중 일부. /독자 제공


■서울시ㆍ영등포구청, “시공사 선정 중단” 공문 발송

18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KB신탁 등 여의도 한양 재건축 관계자들을 불러 입찰공고를 재검토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리고 영등포구청에 관련 권고안을 보냈다.

문제로 삼은 건 KB신탁이 ▲ 확정적이지 않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입찰 공고를 낸 점, ▲단지 내 한양상가(롯데마트)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입찰지침서에 이 구역을 정비구역으로 포함시킨 점 등이다.

위법 사항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등 남은 절차를 이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정의 여지 없이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며 “위법 사항을 무시하고 강행할 경우 시정조치, 시정조치를 어길 경우 고발 또는 수사 단계를 밟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설계 지침 위반’ 논란을 빚은 강남구 압구정3구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영등포구청은 시 공문 접수 후 KB신탁에 “정비사업 추진 관련 법령 준수해달라”는 요청의 공문을 전달했다.

■ KB신탁 “지침 위반 없지만, 지적 다시 검토할 것”

구청 공문을 받은 KB신탁 측은 여의도 한양 단톡방에 “법률검토 결과 정비계획 공람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 것은 관련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관련기관과 사실관계를 확인ㆍ협의할 예정이며, 조치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KB신탁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 “지정고시를 받으면 신탁사가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고,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용으로의 종 상향 등 진행 예정 중인 사항을 가지고 입찰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진행했지만 서울시의 지적을 받은 만큼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종상향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인데 기존 정비계획대로 시공사를 뽑는다면 향후 바뀔 용적률 갭 차이가 커서 공사비 변동이 심해질 것"이라며 “한양상가를 정비구역에 포함한 것은 토지 등 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받으면 정비구역 입안 제안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땅집고] 서울시는 KB신탁이 상가 동의 없이 정비계획에 포함했다는 점을 입찰지침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문제가 된 한양상가의 전경./네이버로드뷰


■서울시 ‘사유 재산’ 침해, KB신탁 ‘전문성’ 논란…애꿎은 주민ㆍ시공사에 피해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이 미뤄질 조짐을 보이면서 서울시와 KB신탁 양측 모두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신탁 방식 재건축을 진행해 사유재산인 여의도 한양에 대해 과도한 간섭으로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압구정3구역 등 조합 방식 재건축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장이나 구청장의 사전검토 및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신탁 방식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서울시가 문제 삼는 상가 구역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양상가는 450평 규모 토지ㆍ건축물로, 롯데마트가 단독 소유하고 있다. 규모로 치면 여의도 한양 정비계획 전체 구역 면적의 4%를 차지한다. 5% 미만 부지로 인해 1조원 규모 여의도 첫 신통기획 재건축 사업이 멈춰서는게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신탁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 사업지 주민 입장에서는 조합에서 나오는 잡음을 없애려고 비싼 수수료 내고 신탁사를 선택했는데, 오히려 사업이 늦어지면서 신탁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민 불만과 걱정은 커지고 있다. 여의도 한양 주민 A씨는 “주민들은 이 내용을 모두 기사로만 접했는데, 서울시는 정식으로 공문도 안 보내주며 몸을 사리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며 “KB신탁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업비 부분에 어떻게 반영할지 계약 조항도 봐야하겠지만, 일단은 시공사 선정을 일정대로 하는 것만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익명의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라는 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안 되는게 없다”며 “서울시에서 저렇게까지 나오면 사업이 밀리는 건 보나마나 뻔하고, 홍보관까지 설치해놓은 시공사나 주민들만 안타깝게 됐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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