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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고향 남원 한복판에 폐건물? 잘나가던 숙박업소가 폐건물 된 사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10.18 17:24 수정 2023.10.18 17:35

[땅집고] 전북 남원시 도심 한복판에 폐건물로 방치돼있는 ‘효산콘도’ 건물.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길 지나갈 때마다 덩그러니 버려진 ‘효산콘도’ 건물 보면 너무 안타깝죠. 예전에는 객실마다 꽉꽉 들어차서 빈 방 찾기조차 어려운 남원시 최고 인기 숙박시설이었는데…”

‘춘향이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전북 남원시. 지역 핵심 기관인 남원시청으로부터 남쪽으로 직선 850여m 떨어진 곳을 지나다 보면, 색이 까맣게 바랜 대규모 폐건물을 볼 수 있다. 남원시 도심 한복판에 올해로 무려 18년째 텅 빈 채로 버려져 있다.

[땅집고] 1999년 5월 열린 춘향제로 남원시 일대 거리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남원시


효산콘도는 지하 2층~지상 9층, 객실 총 285실 규모 관광숙박업소다. 1991년 12월 준공한 뒤 남원시를 대표하는 숙박시설로 통했다. 효산콘도의 인기는 특히 매년 5월 열리는 춘향제 기간마다 최고점을 찍었다.

춘향제는 1957년 시작한 남원시 전통 지역 축제로, 한 때 방문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랑받는 행사였다. 춘향제를 관람하러 남원시를 찾은 외지인 중에선 지역 핵심 숙박업소면서 규모가 크고 깔끔한 효산콘도를 즐겨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건물을 지은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인 효산종합개발이 1994년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모기업이 경기 불황과 부도 직격탄을 맞자 효산콘도 역시 지방세 등을 체납하면서 2005년 관광숙박업 등록을 취소당했고, 결국 영업을 중단한 채 지금까지 텅 빈 폐건물로 방치돼온 것이다.

[땅집고] 전북 남원시 대표 흉물로 꼽히는 ‘효산콘도’ 건물. /경매의 정석 블로그


[땅집고] 전북 남원시 ‘효산콘도’ 건물에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매의 정석 블로그


남원시는 도심 흉물로 전락한 효산콘도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부도난 효산종합개발이 자체 회생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2008년부터 공매를 진행해 새 주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 처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효산콘도에 20억원대 유치권 행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데다, 최근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 수도권인 남원시 일대 건물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효산콘도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낙찰된 적이 있지만,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도 27억3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 듯 했지만 마찬가지로 잔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남원시는 올해에도 효산콘도에 대한 공매를 총 3차례 진행했다. 지난 3월 최저입찰가가 23억688억원이었는데, 전남 광주시에 본사를 둔 한 건설법인이 입찰가로 35억1700만원을 써내면서 건물 정상화 노력이 빛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법인이 잔금을 내지 않아 또 매각이 전면 불발됐다. 지난 6월 말 재공매에서 최저입찰가가 21억3600만원까지 내려앉았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기 여파로 공매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땅집고] 전북 남원시 주생면 일대에 1990년대 건설을 시작했다가 중단해 폐건물로 방치된 현장. /MBC 캡쳐


한편 남원시 일대에선 효산콘도 외에도 영업을 종료한 채 폐건물로 남아있는 콘도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과거 해외 관광이 어렵던 시절에는 춘향제라는 전통 콘텐츠를 보유한 남원시가 핵심 여행지 중 하나였다. 당시 춘향제 특수를 노리고 짓기 시작한 콘도 건물이 여럿 생겨났다. 하지만 점점 지방 관광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남원시 방문객이 대폭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이 중단돼 유령건물 신세가 된 콘도가 생겨난 것이다.

남원시가 고향이라고 밝힌 김모(60)씨는 “예전에는 춘향제가 열리는 5월이면 남원시 일대 숙박시설이 꽉꽉 들어차고, 길거리도 사람 천지라 길을 지나가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며 “세월이 지난 지금은 굳이 남원시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드물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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