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새아파트마다 대거 미계약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청약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긴 하지만, 막상 계약 단계에서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 16일 미계약분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110가구를 모집하는데 2776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25대 1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청약 당첨자 중 40% 정도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이달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게 됐다.

‘호반써밋 개봉’이 서울에서 귀한 새아파트긴 하지만,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9억986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점이 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발코니 확장비와 각종 옵션 비용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돈다. 단지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1억~2억원 정도 비싸, 청약 당첨자들이 굳이 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에 공급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순위에서 401가구를 모집한 결과 5626명이 접수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14대1로 높았지만, 계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 포기자가 발생해 현재 선착순 계약을 받고 있다. 분양가가 84㎡ 기준 13억3930만원 정도로 인근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입주일이 내년 3월로 빠른 후분양 아파트라 짧은 기간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큰 탓에 미계약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새아파트 분양가가 자재값 인상,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서울 곳곳 단지마다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싼 곳은 미계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새아파트 청약 당첨을 포기해도 불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도 미계약 속출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21개구를 비규제지역으로 전환하면서, 추첨제로 청약 당첨된 사람들에 대해 적용하던 최장 10년 재당첨 제한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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