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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기에 인기폭발 '생숙'…탁상행정에 과잉공급·미분양 분노폭발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0.18 07:00
[땅집고] GS건설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선보인 '별내자이 더 스타 이그제큐티브' 모델하우스에 걸린 현수막. /독자제공


[땅집고] “관광지도 아닌 곳에 1000호실 이상 호텔을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망하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경기 안산 반달섬 일대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생숙) ‘힐스테이트시화호라군인테라스1·2차’는 무려 3745호실 규모다. 서울 신라호텔 객실 수 464호실의 배를 능가한다.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에서 대형 호텔로 꼽히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호텔 객실 수 1600호실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이 생숙 2차(1191호실)는 분양한 지 1년 이 지났으나, 아직도 미분양 상태다.

미분양 생숙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보다 더욱 심각하다. 갑작스런 규제로 생숙을 팔 지도, 들어가 살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없다. 물량을 다 팔지 못한 시행사와 시공사는 분양 대금을 받을 길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땅집고] 현대건설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라군 인테라스' 분양 혜택. /현대건설


■ 미분양 생숙 어쩌나...

규제 등장 이후 생숙 분양 성적표는 완전히 갈렸다. 2021년 10월 이전 분양 단지들은 대부분 성황리에 분양을 마쳤으나, 규제 발표 이후 청약을 진행한 곳은 미분양 무덤이 됐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에 들어선 반달섬 일대가 대표적. 반달섬 분양 단지 12개 중 8개는 생숙, 4개는 오피스텔이다. 이곳에 들어선 생숙은 총 4544가구다. 가장 부지가 넓은 ‘힐스테이트시화호라군인테라스’(1·2차)는 무려 3000가구가 넘는다. 아직 분양 중인 2차는 전용면적 97~142㎡로 이뤄졌으며, 분양가는 6억200만원~14억44000만원 선이다.

이 단지는 2022년 7월 분양 당시 평균 4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아직도 계약자를 다 찾지 못했다. 이곳은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 등 혜택을 내걸었다.

‘힐스테이트시화호라군인테라스’ 전 호실은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췄다. 최근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현관펜트리와 드레스룸, 파우더룸도 있다. 이 단지 1차는 지난 2021년 ‘한경주거문화대상’에서 종합대상을 받았다.

[땅집고] GS건설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선보인 '별내자이 더 스타 이그제큐티브' 모델하우스에 걸린 현수막. /독자제공


GS건설이 남양주시 별내동에 짓는 ‘별내자이더스타 이그제큐티브’도 1년간 미분양 상태다. 이곳은 지난해 6월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도 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1년이 넘도록 견본주택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92㎡ 생숙 439가구, 전용 84㎡ 오피스텔 156가구로 이뤄졌다. 이중 오피스텔은 전 가구 분양을 마쳤다. 전용 92㎡ 생숙 분양가는 12억1170만원(최고가 기준)선이다.

[땅집고]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 모인 생숙 수분양자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 "수분양자 100% 동의"…용도변경 어렵네

생숙의 인기는 이행강제금 소식이 들리면서 추락했다. 현시점에서 생숙을 매수했다간, 자칫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달 숙박업 신고가 어려운 소유자를 고려해 이행강제금 처분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행강제금 부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숙박업소로 등록하거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건축물 용도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둘 다 쉽지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숙박업 등록은 최소 30호실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나 위탁운영자만 가능하다. 장기 거주를 위해 이러한 편법을 쓴다는 의견도 있으나, 내 집의 관리권한을 넘긴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이 경우엔 운영비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 변경도 어렵다. 분양을 마친 생숙이라면 수분양자 동의율 100%를 충족해야 한다. 사용승인(준공)을 받은 단지는 호실 소유주가 시행사에서 개인으로 바뀌므로 더욱 동의율을 달성하기 어렵다.

지자체 협조도 필수적이다. 최근 경기 안양시 ‘평촌 푸르지오 센트럴파크'(2024년 입주 예정)는 동의율 100%를 채우고, 안양시가 주차장 규정 완화·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행정 지원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용도변경에 성공했다. 이 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용도변경이라는 최종 목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약 4만9000호실로, 전체 생숙(사용승인 받은) 9만6029호실 중 절반이다. 이중 상당수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남양주 별내지구 생숙 2개 단지는 용도변경 가능 시점 직전, 남양주시에 용도변경을 위한 신청을 접수했다.

[땅집고] 생활숙박시설 사용승인 통계. /국토교통부


■ 문제점 산더미인데, 정부는 멀리서 바라본다?

업계에선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공급자·수요자 모두를 진퇴양난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2012년 생숙을 법 테두리 안에 들였으나, 사회적 논의 없이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 2014년 준주거지역에도 생숙을 지을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듬해엔 판교 테크노밸리 계획에서는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을 모두 도심형 주거시설로 봤다.

그러다 2020년 전후로 고강도 주택 규제가 시행되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이어 생숙의 인기가 치솟자 급히 규제를 만들었다. 당시 국토부는 올 10월까지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으로 업종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건축물 용도변경 기간을 종료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1년 간 유예한다고 했다.

국토부의 태세 전환에 지자체도 몸을 사린다. 전남 여수시는 웅천지구 생숙에 직접 찾아가 입주자 전입신고를 받았지만, 돌연 오피스텔 주차 대수를 강화하며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어렵게 했다. 용도변경 불발 시에는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내집에서 위탁비를 내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생숙 건축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가 무분별한 허가를 내줬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는 사업 주체가 건축허가를 내달라고 신청했을 때,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는 게 없다면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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