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택근무가 초래한 도심 공동화...점포 철수, 범죄공포 확산

뉴스 정진택 인턴기자
입력 2023.10.17 07:00

[땅집고] “샌프란시스코 같은 경우 IT기업이 많아 재택근무가 고착화 됐고, 다시 사무실로 직원들을 복귀시키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어태수 네오집스 대표)

[땅집고] 전세계 대형 도시들이 원격근무로 인해 오피스 빌딩들이 공실로 남게 됐다./게티이미지뱅크


상업용부동산 전문업체인 코스타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공실률은 약 20%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IT기술직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재택근무가 더욱 활발해 공실률이 더 높다.

뉴욕 맨하탄 오피스 공실률이 15.3%였고 런던의 경우, 8.8%를 기록했다. 파리에서는 2023년 2분기에 7.5%를 기록하며 2019년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에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한 한국의 상황과 정반대인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2분기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2.4%(신축 제외)를 기록했다.

■ 재택근무 일상화가 만든 ‘좀비 빌딩’

해외에서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재택근무가 일상화 됐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오피스 빌딩 거래는 끊기고 공실이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긴 빈 오피스 빌딩들은 ‘좀비 빌딩’으로 불리면서 오피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잡지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인해 미국의 최대 해안 도시들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등에서는 주간 사무실 점유율이 50% 이하를 보이고 있다. 출퇴근자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재택근무자들은 직주근접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 거주지 선택이 자유롭다. 이로 인해 교외 지역의 집값 상승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땅집고] 미국의 오피스 공실들이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BCG


부동산 중개업체인 CBRE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와 오피스 수요의 상관관계가 역전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던 2021년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관찰됐다.

팬데믹 이전 대비 오피스 근무 인력이 증가했으나 전체 오피스 점유 면적은 감소했다. 1인당 오피스 사용 면적이 22년만에 최저수준인 14㎡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재택 근무 확대, 기업의 비용 절감, 금리 급등에 따른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통근자 급감과 도심공동화...점포폐쇄, 범죄 공포 확산

현재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재택근무의 확대로 도심 출퇴근자가 급감하면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대도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근로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50% 정도 감소하면서 도시 공동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타겟, 윌그린스 등 미국의 대도시 점포들이 잇따라 폐점하고 있는 것도 재택근무확대에도 원인이 있다. CNN은 최근 “범죄 탓에 도심 소매점이 폐점한다는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통근자 감소, 온라인쇼핑 확대 등으로 도심 소매점의 고객이 급감한 것이 도심 점포폐쇄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도심 통행자가 줄면서 범죄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미 연방 수사국 범죄 데이터 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에 보고된 범죄 건수는 4796건으로 2018년 6144건보다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빈 건물들과 통근자들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 미국의 주택 공급난…’좀비 빌딩’으로 해결 가능?

현재 미국에서는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신규 주택 건설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 노숙자 증가 등 경제·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주택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380만~ 650만 채의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 매년 공급과 수요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오피스 빌딩 공실 문제와 주택 부족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며 상호보완 가능한 문제라는 시각도 등장했다.

하나은행 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의 비우량등급 노후 건물 중 아파트로 전환 가능한 건물은 총 재고의 11% 가량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약 40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사무실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려면 건축규제 및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뉴욕시는 사무실 용도전환과 관련된 건축규제를 완화, 사무실 리모델링 사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축소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에서는 최근 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전직원 원격근무 방침을 철회하고 지난 달부터 주 3회 출근명령을 내렸다. 구글과 애플, 골드만삭스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출근을 장려하며 이러한 흐름이 다양한 업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인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는 “미국에서 원격근무가 줄어들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반발로 인해 사무실 출근으로 완전한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맨하탄, 시애틀, LA 등 다운타운 지역들을 포함해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택 땅집고 인턴기자 jj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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