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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1번지' 대치동, 도서관은 딱 1곳…이마저도 문닫는 이유는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0.16 07:00

은마상가 구립도서관 11월 폐관

[땅집고] 국내 최고 교육 중심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이 도서관 하나 없는 학군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대치도서관은 그간 상업 건물을 빌려 운영해왔는데, 임대 법인 측이 주변 민원을 근거로 임대 관계 종료를 예고하면서다. 임대인은 지난해 봄부터 재계약 불가를 통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에서 본 은마아파트와 은마종합상가. /김서경 기자


구청 측은 전세 계약을 월세로 전환하거나 계약금액을 시세에 맞게 조정해서라도 도서관을 사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 위원회가 도서관 존폐 결정에 관련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은마종합상가 내 위치한 대치도서관 입구. /'은마반상회' 네이버 카페


■ 25년간 셋방살이 한 대치도서관…임대차 때문에 사라진다니

지난 1999년 대치동 은마아파트 복지상가 2층에 170평 규모로 문을 연 대치도서관은 현재도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자료실과 집중열람실, 문화교양관 등을 갖췄으며, 총 5만7836권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은 인근에 학교와 학원가가 많아 남녀노소 이용객이 많다.

특히 인근엔 국내 최대 규모 학원가가 있다. 대치동은 양천구 목동·노원구 중계동과 ‘서울3대 학군지’로 꼽히지만, 대치동을 따라올 곳은 사실상 없다. 서울은 물론, 전국구 학부모들이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이곳으로 이사올 정도다.

[땅집고] 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에서 바라본 대치동 학원가 전경. /김서경 기자


그런 대치도서관에 위기가 온 건 지난해부터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대치도서관은 2007년 이후 연 단위 전세 계약을 연장해 운영해 왔다. 양측은 지난해에도 보증금 14억원에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2개월 간 임대하는 조건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보증금은 2019년 이후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봄 임대법인 측은 돌연 ‘재계약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법인은 은마복지상가에서 여러 호실을 소유 중인데, 대치도서관 외에 다른 호실 세입자가 “도서관 때문에 스터디룸이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강남구청…”보증금 올려서라도 있게 해 달라”

강남구는 다른 세입자와 법인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서관 이용자가 워낙 많고, 근처에서 이만한 공간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구청 관계자는 “보증금을 시세에 맞게 조정해서라도 계약을 유지하고 싶다는 게 구청의 입장”이라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올해 봄부터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돌면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땅집고] 대치도서관 운영 종료 안내문. /강남구청


구청은 수개월에 걸쳐 임대인 측을 설득하려 했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은 이달 1일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강남구립 대치도서관 운영 종료’ 소식을 전했다.

이후 구청에는 ‘대치도서관 폐관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한 주민은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대치도서관은 아이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없는 대치동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던 곳”이라며 “갑작스러운 폐관 결정이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땅집고] 은마아파트 소유주로 이뤄진 '은마반상회' 카페에 올라온 대치도서관 관련 게시물. /네이버 카페 캡쳐


■ 재건축추진위가 여기서 왜 나와?

아직 구는 도서관 폐관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임대인과 재계약 논의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구에 따르면 임대인 측은 지난 6일 재계약 논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로 안내문이 붙은 이후 은마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폐관 반대’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가 연관돼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임대법인 대표 A씨는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이사로 선출된 인물이다. 상가는 물론, 아파트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시에 재건축 조합장으로 뽑힌 최정희씨가 대표를 맡았던 ‘은마반상회’ 카페에는 대치도서관 폐관 관련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구청의 안일한 대처가 도서관 폐관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한 카페 운영 스탭은 “대치도서관 폐관 관련 탄원서 제출’이라는 글을 통해 “구청이 굳이 도서관을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를 밝혀 협의 결렬됐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들 단체는 탄원서 수백장을 걷어 지역구 의원인 유경준 의원 측에 전달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대치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A씨는 “조합장과 이사는 잘 아는 사이일텐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은 그저 도서관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면서 “도서관 존치를 위해 노력했는데, 허위 사실이 유포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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