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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공공주택 정책 실종 사태…"정부는 대체 어디에 있나"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10.15 07:00
[땅집고]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서울 주택 보급률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작금의 상황은 이른바 ‘공공주택 정책 실종 사태’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지요.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서민 민생주택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한 마디로 ‘극히 불확실한 2024년’이라고 진단했다. 공급자와 수요자, 잠재적 매도자와 잠재적 매입자 사이에서 밀치고 밀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장이 혼란할수록 ‘과학적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학적 데이터란 객관성을 띤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뜻한다.

이 교수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대한민국 대전망’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교수를 비롯한 32인의 전문가가 AI, 경제안보, 반도체, 주택문제, 기후변화, 총선, 탈가족화 등 대한민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이슈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땅집고가 이 교수를 만나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주택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영한 명예교수가 기획한 책 '2024년 대한민국 대전망'의 표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진단한다면.

“현재 주택 시장은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끼리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집값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율(PIR)이 너무 높고, 자가보유율도 너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보급률마저 떨어진다.

이뿐만인가. 지방은 주택 공급이 넘쳐나지만, 서울은 너무 부족하다.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4%, 지방은 107% 정도로 약 13% 정도 차이가 난다. 서울은 이마저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10% 정도가 되어야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서울은 한참 먼 수준이다. 서울과 지방 시장 상황을 다르게 보면서 차별화된 정책을 펴야 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서울은 신규 공급 주택 수에서 멸실 주택 수를 뺀, 즉 주택 순증 물량을 늘리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나대지가 적고, 정비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순증이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최근 제시한 공급량을 분석해보면 순증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가 올해 8월 2023년~2025년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을 발표했는데, 총 12만9670호 규모다. 그 효과는 주택보급률이 매년 0.12% 정도 늘어나는 정도다. 110%를 목표로 했을 때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지구제를 개편해 용도를 상향하고,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과감한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순증률을 크게 높여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적어도 100%에는 이를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라도 규제 정책도 풀어야 한다.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공급난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주택 시장을 가늠할 때 ‘과학적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워낙 시장이 혼란스럽다. 주택 시장의 기초 단위는 주택 가격이다. 실제 주택 가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상승과 하락을 두고 전망도 엇갈린다. 집값은 일반 상품과 비교해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안 팔린다고 실거주를 하거나 임대를 놓을 수 있어 호가를 버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호가는 공급자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가격이지만 실거래가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수긍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과학적데이터는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데이터를 의미한다. 주택보급률, 자가보유율, PIR, 주택 공급량, 가격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국토부의 실거래가 등록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미등기 허위거래 신고가 실거래가의 동향을 교란하고 있다. 주택은 개인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으로, 수요자에게 그 동향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행처럼 집값 동향을 집계하는 독립 기관을 만들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주택 정책으로 공공분양주택 정책을 언급했다.

“민간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장단점을 가진 공공분양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주택 착공실적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공공주택 착공실적은 1713가구로, 전년 동기(6362가구) 대비 급감했다.

지속가능한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임대에서 분양으로 방향을 가져가야 한다. 젊은 세대를 위한 ‘주거사다리’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게 공공분양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건설비나 관리비 지원 등으로 인해 공공분양주택에 비해 재정 부담이 크다. 민간 시장에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분양주택 ‘뉴딜’ 건설 정책을 추진해 약 100만호 이상의 공급을 검토할 시점이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가지고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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