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아이러니…노인 위한 정책은 없고, 저출산 대책만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0.13 07:43

[인생후반의 행복, 어디서-1부] '더클래식500' 사장 역임 박동현 회장 인터뷰-하

[땅집고] 경기 수원시 장안구 시니어타운 '유당마을' 전경. /유당마을 홈페이지


[땅집고]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20% 이상)에 도달하기까지 단 7년(2025년 기준)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에 비해 매우 짧다. 그러나 관련 시설 수는 오히려 역주행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니어타운으로 볼 수 있는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노인공동생활가정·노인복지주택)은 2018년 390개에서 지난해 308개로 줄었다. 노인 인구가 늘수록 활성화가 이뤄져야 하나, 정작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경험하는 나라지만, 양로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 수가 매년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노년층이 늘었어도, 여전히 관련 제도·지원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자립 생활이 어려운 노년층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료복지지설은 같은 기간 5287개에서 6069개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질 좋은 시니어타운 공급을 위해 의미를 정립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만난 박동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은 이러한 시니어타운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시니어타운 활성화를 위해 국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박회장과의 일문일답.

[땅집고] 박동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 /김서경 기자


- 정확히 시니어타운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인지.

“대부분 시니어타운으로 알려진 곳은 양로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이다. 이 둘은 운영 인력 수나 규모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한다. 일각에선 유료양로시설보다 노인복지주택이 운영하기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으나,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관련법에서 정의하듯 입소자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다. ‘편의’에는 식사 제공부터 집 안 청소까지 전 가사 노동이 포함된다. 그래서 남성들보단 여성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다. 비용만 내면 집안일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인기가 많을 텐데, 왜 시설 수가 줄어들까.

“금전·제도적 지원이 전무해서 빚어진 일이다. 이미 지방에선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한 공제조합이 운영하던 시니어타운도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대부분 노인주거복지시설은 관리비를 올려야만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입주자들에게 높은 관리비를 받지 못하면 자금난에 처한다. 수도권 유명 시니어타운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비용이 상당하고, 대기 기간도 길다.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버타운 난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원만 있으면 시설을 늘릴 수 있을까.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수요자가 워낙 많아서 일부 대기업에선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참여하는 사업자가 늘면 자연스레 공급사 간 경쟁이 이뤄지면서 적정 비용도 정해질 것이다. 현재 노인주거복지시설은 누구나 가고 싶은 최고급 시설, 그렇지 않은 정반대의 시설로 양분돼 있다.

동시에 관련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노인복지법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규정은 실효성을 잃었다. 유료·무료 양로시설 평가가 대표적. 유료 양로시설도 무료 양로시설을 위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안 받아도 제재가 없다. 수백만원 관리비를 걷어 운영하는 곳과 국가 지원을 100% 받는 곳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같을 수 없는데, 이를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땅집고] 65세 이상 인구 추이. /그래픽=양인성, 박상훈


- 정말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일까

“물론이다. 2025년엔 전 국민 25%가 노인주거복지시설 이용 대상인 65세 이상에 접어든다. 국민의 1/4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수년 전 발족한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는 사실상 저출산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낼 경우 기관에 아동수당을 주는 것처럼, 노인주거시설도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아이들은 줄어들고, 노인은 늘고 있지 않나.”

- 지원만 있으면 시니어타운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나.

“그건 아니다. 시설을 이끄는 운영사의 능력도 중요하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더클래식500 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20억원하던 보증금을 9억원으로 낮췄고, 입주율을 65%에서 100% 수준으로 올렸다. 수입원인 관리비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입주자를 다 찾았다.”

-언제 실버타운에 입주할 계획인가?

“실버타운 사장을 지냈어도, 당장은 실버타운에 입소할 계획이 없습니다. 바깥에서 할 일이 많거든요. 마음에 쏙 드는 시설을 찾지도 못했어요. 낮은 비용으로도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아마 많은 노년층이 그럴 겁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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