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보증금 1000억원 날릴 위기"…수원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0.11 16:56 수정 2023.10.11 17:05

[땅집고]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관련 센터에 신고된 피해 신고 건수는 물론, 수사기관에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와 금액도 증가 추세다. 눈 깜짝할 새 배로 늘면서 총피해 금액이 1000억원을 웃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땅집고] 정씨 부부가 벌인 '수원 전세사기' 한 피해자가 붙인 관련 메모. 해결책을 찾기 위해 피해자 모임을 만들자며 연락처를 남겼다. /강태민 기자


일명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은 임대인 정모씨와 그의 아내로부터 촉발됐다. 정씨 부부는 수원 팔달구·권선구 등지의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공격적인 투자 성향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출금으로 건물을 통째로 사들였고, 근저당이 있는 건물을 모두 전세 물건으로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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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건수 눈 깜짝할 새 늘어나…하루만에 50건 훌쩍

11일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정씨 부부와 아들이 세운 부동산 임대업 법인 관련 신고는 총 297건 접수됐다. 대부분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법률 상담을 신청한 경우다.

접수 건수는 지난 6일까지 245건이었으나, 주말 새 급격히 불어났다. 7일부터 9일, 사흘 연휴를 마치고 운영을 재개한 10일 하루에만 무려 52건이 추가로 접수된 것이다.

사건 피해 주택은 수원시 영통구에 집중됐으나, 팔달구 장안동과 화정시 병점동 일대에서도 관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 상당수는 20∼3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부부가 계약을 맺은 주택의 전세 보증금은 가구당 1억~2억원선이었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신고 건수는 300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부부가 소유한 부동산이 수십채에 달한다. 임차인들 자체 조사 결과, 정씨 일가 소유 건물은 51개다. 이중 가구 수가 확인된 빌라와 오피스텔은 37개로, 675가구 규모다.

[땅집고] 정씨 부부가 벌인 '수원 전세사기' 관련 건물. /강태민 기자


■ 정씨 소유 건물 50채 넘었다…경찰 수사력도 집중

피해금액도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경찰 등이 전세 계약금 총액을 파악한 건물은 총 11개로, 이들 건물의 계약금은 총 330억원 수준이다. 남은 건물 40개 피해 금액을 고려하면 1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 신고된 피해액도 급증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낮 12시 기준 73건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고된 피해액은 총 90여억원이다. 지난 7일과 8일에만 정씨 부부와 관련해 각 21건, 31건의 고소장이 제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될 가능성이 높아 피해 금액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땅집고] 정씨 부부가 벌인 '수원 전세사기' 관련 한 건물 내부. 문에는 우체국에서 날아온 도착안내서 십여장이 붙어 있다. /강태민 기자


■ 특별법 왜 무용지물?…’전세사기’ 또 일어날 수도

일각에선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는 등 관련 해결 방안이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어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자 ‘특별법 무용론’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세사기 특별법 대상 범위에 들기 위해선 소득 수준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연 1∼2%대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제공받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주택 임대차 계약 때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해당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와 납세 증명서를 반드시 제시해야 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으나, 이미 맺어진 계약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는 공포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부터 적용 가능하다.

임대인이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선순위 임대차 정보나 미납·체납한 국세·지방세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은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사항도 기존 계약에 소급할 수 없다. 사실상 법안 이전에 임대인의 자금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체결한 전세 계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 외에는 방안이 없는 셈이다.

수원시는 피해가 커지는 데 따라 시청 본관 1층 통합민원실 내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전세피해 상담 센터를 열고 이르면 내주부터 운영한다.
한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들 부부가 경기도 큰 손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씨 부부 관련 내용이 하나둘 올라왔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시된 ‘3000억~4000억원 빌라왕 사고 터질 예정’ 글에서는 “가족 이사 문제로 집주인을 고발하러 수원남부경찰서에 갔는데, 동일 인물(부인)과 남편 앞으로 형사고소 건이 3500건 정도 누적돼 있었다”며 “부인 쪽 200~300건, 남편 쪽 3000~4000 건 거의 빌라 관련 매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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