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옛날 미국에선 다 쓴 면도날을 집안 벽 사이에 그냥 버렸다고요? 너무 신기하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970년대 이전 지어진 미국 주택에선 화장실 벽에 면도기 칼날을 버리는 구멍이 나있는 집이 많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함께 첨부된 사진에 따르면, 한 주택 화장실 벽 타일 중앙에 가로로 길쭉한 구멍이 나있다. 구멍 위에는 ‘Razor Blade’(면도기 칼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화장실 벽면을 뜯어보니, 셀 수 없이 많은 녹슨 면도날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 집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면도를 마친 뒤 다 쓴 칼날을 타일에 난 구멍에 그냥 버리고 떠난 것이다. 면도날을 따로 모아서 폐기하면 될텐데, 왜 옛날 미국에선 ‘면도날 쓰레기통’을 굳이 화장실 벽면에 만들어뒀던 걸까.
1901년 설립한 미국 면도기 회사로, 전세계 면도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질레트’(Gillette). 지금으로부터 110여년 전인 1903년, 세계 최초로 ‘안전 면도기’를 출시했다. 길쭉한 기둥처럼 생긴 작은 틀에 직사각형 면도날을 끼운 형태인데, 면도날이 낡을 때마다 교체하면서 사용하는 방식의 기구다.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곧 미국의 모든 남성들이 질레트의 안전 면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에서 안전 면도기를 사용하자니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다 쓴 면도날을 처리하는 방법이 익숙치 않았던 것. 사용하기 안전한 지금의 면도기와 달리, 과거 면도기 칼날은 매우 날카로워 면도 과정에서 피부, 머리카락, 혈액 등으로 오염돼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할 수 없기도 했다. 1900년대 초반에는 미국 각 가정마다 정원에서 일반 쓰레기를 직접 태우기도 했는데, 철로 된 면도날은 이 정도 열기로는 사라지지 않아 그야말로 처치 곤란이었다.
그렇게 고안해 낸 묘수(?)가 바로 가정집 화장실 타일 벽에 면도날을 버리는 쓰레기통을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타일에 난 구멍으로 면도날을 버리면, 벽면 공간으로 낡고 녹슨 칼날들이 켜켜이 쌓이는 구조다. 얇은 면도날로 이 공간이 꽉 차려면 수백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기묘한 건축 방법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 질레트와 경쟁 관계에 있던 프랑스 면도기 회사 기업 ‘빅’(Bic)이 지금 형태와 비슷한 완전한 일회용 면도기 제품을 출시했다. 따로 칼날을 분리해 버릴 필요가 없는 면도기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집 안 화장실에 따로 면도날을 처리하는 공간을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면도날 쓰레기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아직 1970년대 이전 건축한 미국 주택에선 이 공간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한 건축업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벽에서 면도날 더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주택에선 오래된 1층 석고 천장을 철거하자, 바로 위 2층 욕실 벽에 쌓여 있던 면도칼들이 쏟아지는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노후 주택에 있는 면도칼 쓰레기통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일단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신기하긴 한데 위생 측면에서 걱정된다, 다 쓴 면도날에 벌레가 살 것 같아서 꺼려진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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