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 재건축 수주전...'입찰 지침 위반' 두고도 맞불
[땅집고] 서울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지인 한양아파트가 7일 합동설명회를 진행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가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대안설계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기준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건설은 “서울시 지침을 어길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포스코이앤씨의 금융비용 계획이 입찰 지침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포스코가 평당 798만원이라는 파격적 공사비를 제시하자 가구당 3억6000만원 환급이라는 맞불 작전을 편 데 이어 양사는 설계안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2차 격돌에 들어갔다.
여의도 한양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42 일대에 1971년 준공한 588가구 규모 단지다. 재건축하면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 및 오피스텔 210실 규모로 탈바꿈한다. 현재 여의도 16개 단지 중 정비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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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포스코 전략 공개…”분양수입 극대화” vs “신통기획 기준 준수”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침례교회 별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합동설명회’를 진행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각자의 특장점을 담은 설계안을 공개했다.
핵심 전략을 보면 포스코이앤씨는 현대건설(824만원)보다 낮은 3.3㎡당 공사비(798만원), 가이드라인(Kb신탁이 제시한 입찰기준) 과 같은 아파트 4개 동을 제안했다. 신통기획 기준을 준수한 설계를 통한 빠른 사업 추진과 공사비 인상에 대한 물가인상 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 건설공사비 지수 중 가장 낮은 것을 적용하는 점, 가구별 전용 엘리베이터 등을 강조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가이드라인보다 아파트 1개 동을 줄인 대신 지하 면적을 늘리고, 오피스텔 고급화를 제안했다. 1개 동을 줄이면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한 층에 5개 가구보다 2개 가구를 더 배치한다. 맞통풍이 어려운 가구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으나, 현대건설은 미분양 가구, 상가 모두를 일정 금액 이상으로 모두 인수하겠다며 디에이치 브랜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현대 설계안 신통기획 기준 어긋나” 저격…한남2ㆍ압구정3구역 꼴날까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합동설명회에서 “현대건설은 신통기획에서 협의하지 않은 대안설계를 제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건설 설계안에 포함한 ▲건폐율 48.01%, ▲53층 일자형 스카이라인, ▲아파트 동을 4개에서 3개로 축소 등이 신통기획 기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대안설계 인허가책임ㆍ비용부담 확약서에 따라 최고 건폐율은 영등포구 공람기준(40.86%)이나 발주자 원안설계(37.68%)보다 10% 이내의 ‘경미한 범위’ 내에서만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건폐율은 17~27% 높은 48.01%다.
‘53층 일자형 스카이라인’과 4개 동에서 3개 동으로 축소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통기획이나 모아주택의 가이드라인으로 줄곧 ‘유연한 높이’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올 7월 신통기획 성과 발표에서도 “여의도 시범ㆍ한양은 63빌딩부터 여의대로까지 U자형 스카이라인을 조성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포스코이앤씨는 현대건설이 동을 축소하면서 아파트 한 층에 5가구(5호 조합)가 아닌 7가구(7호 가구)로 늘어난 점도 서울시 심의를 위반한다고 했다. 주상복합처럼 빽빽해지는 점이 신통기획이 추구하는 ‘조화와 공유’ 방향성을 깨버렸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여의도 한양은 용적률이 274%로, 리모델링까지 고려할 정도로 사업이 멈춰있다가 신통기획 종상향으로 이제 겨우 사업길이 열렸는데 허가권자인 서울시의 지침을 무시한다면 사업이 속도를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신통기획 기준에 반했다가 절차를 다시 밟게 된 용산구 한남2구역이나 강남구 압구정 3구역처럼 사업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고도제한(90m)을 완화해 최고 21층(118m) 높이로 지어준다는 공약으로 용산구 한남 2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고도 제한 완화 불가 입장을 내면서 시공사 자격을 박탈 위기를 겪었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조합에서도 신통기획 가이드라인 (300%)을 넘어선 용적률 360%를 제안한 희림을 설계사로 선정해 서울시와 정면충돌했다. 이후 압구정3구역 조합은 희림 선정을 취소하고 다시 설계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 현대 “문제 없다” 반박…되려 포스코 지침위반 지적
현대건설은 합동설명회 주민 질의응답을 통해 포스코이앤씨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라면 맞는 지적이지만, 아직 여의도 한양은 그 이전단계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도 200 m 높이 제한 외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고, 영등포구에서 5월 내놓은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 공람에서는 건폐율 기준을 60% 이내로 제시해 양사 모두 이 기준에 따라 설계개요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정비계획수립단계로써 공람공고 28페이지에 따라 상한선을 정하는 계획이 정비계획인데 여의도 한양은 아직 그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에 선정한 시공사와 최초로 인허가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고, 제안서에도 모든 책임을 현대건설이 지겠다고 표기했다”고 했다.
또 다른 현대건설 관계자는 “53층 일자형 스카이라인의 경우, 53층으로 계획했다고 해도 건물에 크라운(왕관) 구조물을 달기 때문에 획일적인 성냥갑 아파트가 될 일은 없다”고 했다.
현대건설 측은 오히려 포스코이앤씨가 금융비용 관련 입찰지침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신탁이 내놓은 입찰 지침에 따르면 선후분양은 입찰자가 알아서 제안하면 되지만, 후분양 기간동안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입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포스코이앤씨는 ‘후분양할 경우 금융 비용은 소유주가 내야 한다’는 것.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입찰지침에 있지만, 입찰자 부담을 명시하면 작년 6월에 개정한 도정법 ‘건설사는 공사와 관련 없는 제안을 못 하게 돼 있다’는 내용을 위반할 확률이 높다”며 “도정법을 위반하면 소유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재건축 업계에서는 여의도 한양 수주전이 과열 양상이 본격화 한다고 본다. 익명의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나 지자체 정비계획에서 상이한 설계안을 내놓으면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수립해야 해서 사업기간이 늘어질 수 있다”며 “그로 인한 공사비 증액, 이자비용 증가 등 책임은 소유주들이 질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들은 가능한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여의도 한양은 그동안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300%를 넘지 않아 사업은 여러 번 좌초됐으나, 서울시 신통기획 선정 이후 3종 일반에서 상업지역 종상향 인센티브를 받아 사업이 재개했다. 종상향으로 인해 용적률은 기본 300%에서 600%로 늘어나, 최고 200m 높이로 50층 이상 설계가 가능해졌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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