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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기 전에 다녀오자" 요즘 관광객 몰린다는 108년 된 대전 호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10.08 07:16



[땅집고] 대전시 유성온천 일대에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108년이나 된 대전 명물 온천호텔이 내년 폐업한다니…이 건물 대전시가 사주면 안 되나요?ㅠㅠ”

온천으로 유명한 대전 유성지역에 108년 동안 자리 잡고 있던 ‘유성호텔’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유서가 깊은 향토 호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폐업 전 대전 지역민들을 비롯해 전국 곳곳 관광객들이 막바지 발길을 내딛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94년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온천 일대는 한 해 방문객이 10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한 관광지였다. 19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의 신혼여행지로 사랑받았고, 거물급 정치인도 여럿 찾았다.

[땅집고] 대전 유성구 유성온천족욕체험장을 찾은 시민들이 족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있는 모습. /뉴스1


111111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Chairman Gov. Jack Markell of Delaware, left, with Vice Chariman Gov. Mary Fallin of Oklahoma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NGA Winter Meeting in Washington, Saturday, Feb. 23, 2013. The nation's governors say their states are threatened if the automatic, across-the-board budget cuts known as the sequester take effect March 1. (AP Photo/Manuel Balce Ceneta)


온천관광특구 일대 숙박시설 중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유성호텔’이었다.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은 객실 190여개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연회장, 수영장, 대중탕 등 부대시설까지 갖춰 특히 사랑받았다. 유성호텔을 방문한 거물급 정치인도 여럿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해방 후 미국에서 돌아와 부인 프란체스카여사와 함께 이곳에 머물렀으며, 충남 부여가 고향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휴가 때마다 유성호텔을 찾을 뿐 아니라 큰 행사가 열릴 때는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온천관광이 쇠락 길을 걸으면서 유성호텔을 찾는 사람들도 뚝 끊겼다. 해외여행이 보편화한 데다, 온천이 비교적 ‘낡은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어 젊은 층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유성온천에서 5km 정도 거리에 지어진 ‘롯데시티호텔’이나 ‘호텔ICC’·’호텔오노마’ 등 최신식 숙박시설에 비해, 유성호텔은 시설이 노후화돼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유성호텔은 지난해 말 한 부동산개발회사에 약 2500억원에 매각됐다. 3.3㎡(1평)당 가격은 5500만원 정도며, 2024년 3월까지 영업한 뒤 폐업하기로 했다. 1915년 개장한 뒤 108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땅집고] 2017년 매각된 대전 유성온천 일대 리베라호텔 건물이 철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나마 유성호텔은 오래 버틴 것이다. 같은 유성온천 일대에 지어진 호텔들은 이미 줄줄이 문을 닫고 매각 완료됐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호텔리베라 유성이 폐업하고, 2018년에는 아드리아호텔이 문을 닫았으며 ‘레전드호텔’도 무기한 휴업에 돌입하는 등이다. 업계에선 매각된 온천호텔들이 일제히 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성온천의 핵심 숙박시설이었던 유성호텔까지 부동산개발회사 손에 넘어가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성온천관광특구’를 이제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씁쓸한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유성온천을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성구는 이 일대에 관광거점 조성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총 260억원을 투입해 계룡스파텔 부근 4만8247㎡ 부지에 2025년까지 온천수체험관과 온천박물관 등 온천테마파크를 짓기로 한 것.

111111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Chairman Gov. Jack Markell of Delaware, left, with Vice Chariman Gov. Mary Fallin of Oklahoma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NGA Winter Meeting in Washington, Saturday, Feb. 23, 2013. The nation's governors say their states are threatened if the automatic, across-the-board budget cuts known as the sequester take effect March 1. (AP Photo/Manuel Balce Ceneta)


유성온천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108년이나 된 역사 깊은 호텔이 평범한 아파트로 바뀐다니 너무 서운하다, 대전시가 이 건물을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 “폐업하기 전에 한번쯤 방문해 봐야겠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유성호텔에 막바지 방문한 후기를 적은 경험담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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