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난-상] 월세 지옥에 빠진 청년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A씨는 학교에서 약 6㎞ 떨어진 강북구 수유동에 거주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학교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학교 주변 보증금과 월세가 치솟으면서 지난 2월 월세가 저렴한 수유동으로 이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학업을 하면서 주 5회, 하루에 4시간씩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달에 80만원을 번다. 용돈 60만원을 더하면 한 달에 A씨가 쓸 수 있는 자금은 140만원. 월세는 60만원, 관리비는 약 15만원이 나간다. 식비, 교통비 등을 지출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A씨는 “아무래도 줄일 곳이 없다 보니, 식비를 많이 아끼게 된다”며 “졸업하고도 취업과 주거비용이 가장 걱정이 된다”고 했다.

A씨 상황은 그나마 낫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부담은 더 크다. 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수는 41만1093명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지만, 이마저도 못 갚는 학생들이 많다.

중소기업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 B씨는 월 3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200만원가량을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고 있다. 한달 생활비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B씨는 2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 3억6000만원 아파트를 샀다. “집값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에 모은 돈 1억1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 2억과 신용대출로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B씨는 “매입했을 때보다 집값도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져서 빚쟁이 인생이 됐다”고 했다.

■1년새 월세 50% 상승, 월세 수요 증가에 치솟는 월세

대학가 주변 원룸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화되고 대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나오면서 월세 수요는 늘었다. 연세대학교 인근 지역의 평균 월세는 작년 8월 52만6000원에서 올해 8월 79만원으로 50%정도 올랐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C씨는 “혼자 부담하기에는 원룸 월세가 너무 올라서 룸메이트를 구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사기도 월세 수요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국토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만 누적 6063건으로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20, 30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에 집중됐다. 역전세나 깡통전세 등 고위험 전세로 인해 청년들에게는 전세를 기피하는 ‘전세포비아’가 퍼졌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원룸(전용 33㎡ 이하) 평균 월세 가격이 69만원을 기록했다.

■ 취업난 극심, 청년 개인 부채 급등…각종 지표 빨간불

주거부담이 늘어나면서 20대 청년의 빚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29세 이하 평균 부채 보유액은 3550만원이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5014만원으로 41.2% 대폭 증가했다. 특히 전체 부채에서 임대보증금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158.6%에 달했다. 사회초년생 D씨는 “최근 월세뿐만 아니라 임대보증금 또한 올라가서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하게 됐다”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을 갚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난, 주거난, 자금난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우선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해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놓아줄 세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산업이나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정진택 땅집고 인턴기자 jj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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