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진짜 강아지들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시대였는데, 금강산 관광을 하면서 침체가 되기 시작해서 다 망가진 거지. 이 건물들만 해도 다 사용을 안 하고 있어요.”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주민 A씨)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관광단지는 과거 수학여행 1번지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현재 ‘유령마을’을 방불케 한다. 설악산 소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설악관광단지는 1980년대~1990년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다. 땅집고 취재진 찾아간 현장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휴가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이 하나 없고, 상가 대부분이 굳게 닫혀 있었다. 간판들도 색이 바래 얼마나 방치된 건 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원래 설악동 관광단지는 A·B·C·D·E·F 6개 지구, 212만3950㎡(64만여평) 규모로 개발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1976~1978년 사이 A~C지구 125만8510㎡(38만여평) 규모의 숙박 및 상가단지는 조성됐지만 이후 개발은 중단됐다. 그래도 호텔, 콘도 및 유스호스텔을 비롯해 숙박업소 80개와 상가 150개가 넘게 들어섰다. 1980년대에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에 들면서 점차 쇠락하기 시작한다. 기존 D~F 지구에 개발하기로 했었던 스포츠, 레저 등 위락시설이 무산된 게 상권 침체에 영향을 줬다. 놀거리를 중요시하는 관광 패턴에서 멀어져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또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자연공원법에 따른 규제 등으로 설악동은 스쳐 가는 관광지로 전락하게 된다.
설악동 상권이 무너진 것은 호황기 당시 관광객들이 느꼈던 '바가지 논란'도 이유 중 하나다. 유튜브 땅집고TV에 올라간 설악동 영상에는 "관광객 등쳐먹는 바가지와 불친절이 만연했던 곳", "위생이 극악스러운 음식이 제공됐다" 등 설악동 관광 시 불쾌했던 일을 회상하는 댓글도 달렸다.
호황 당시 평당 2000만원을 호가했던 C 지구 내 기념품 가게 18곳도 전부 폐업 수순을 밟았다. 같은 C지구 내 경매 기록에 따르면 건물면적 327㎡(99평), 대지면적 192㎡(58평)인 상업시설이 7월 12일에 1억600만원에 낙찰됐다. 평당 100만원 수준으로 호황기 대비 20배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아직까지 운영 중인 상가들은 업종별로 하나씩, 최소한의 가게만 들어서있다. 운영 중인 치킨집도 설악동에는 단 한곳뿐이다.
설악동을 살리려는 시도는 있었다. 2010년에 설악동 개발을 발목 잡던 공원구역 해제가 이뤄졌고, 2013년부터는 설악동 온천휴양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몇 곳의 숙박업소에는 온천수가 공급이 되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 지자체 소유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온천마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설악산 쪽으로 향하자 설악산 입구의 상가들은 깔끔히 정비돼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폭염 속에도 설악산 방문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결국 이런 인원들마저 설악산만 구경하고 인근 다른 관광지로 떠나는 것이다.
또 11km 떨어진 속초해수욕장 부근은 설악동과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평일이지만 놀러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지난해 3월에는 대관람차가 문을 열었고 이번 달에는 아파트 분양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속초시는 2024년까지 설악동에 264억원을 들여 집라인과 스카이워크 등 관광 체험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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