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애플 사옥 만든 건축가가 만든 한국타이어 판교사옥, 직원 호불호 갈리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9.30 07:55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있는 한국타이어 본사 건물 내부. 1층부터 10층까지 건물 중앙이 뻥 뚫려 있어 개방적인 분위기가 난다. /한국타이어


[땅집고] “건물 디자인이 예쁘긴 한데, 하루 종일 감시당하는 기분일 것 같아 내향인인 저는 안 되겠네요…;;”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린다는 회사 건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화이트·우드톤으로 단장한 이 사옥은 가운데 뻥 뚫린 중정(中庭)을 통해 햇빛이 들어와 전체 건물이 환하고 화사한 분위기다. 팀·부서별 사무실을 마련하는 대신 모든 공간을 마치 자유로운 카페처럼 조성하고 군데군데 테이블과 의자, 소파 등을 마련해 둔 점이 눈에 띈다.

[땅집고] 10가지 타입의 유리 모듈을 적용한 한국타이어 본사 건물 외관. /한국타이어


화제의 건물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한국타이어 본사다. 한국타이어가 2020년 기업 문화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신축한 스마트 오피스로, 지하 6층~지상 10층에 연면적 4만8000여㎡ 규모다.

한국타이어는 본사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각 사원마다 좌석을 지정하는 방식의 사무실 대신 각자가 원하는 곳에 앉아 근무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통상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임원실도 없다. 완전한 개방형 사옥으로 지어진 이곳에서 한국타이어 직원들은 원격 협업, 영상 회의 등을 통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 중이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국타이어 본사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 /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노먼 포스터가 설계해 2017년 준공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신사옥.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타이어 본사를 설계한 사람은 하이테크 건축(첨단 기술과 재료를 건축 디자인과 결합한 건축 양식)의 거장으로 알려진 영국 출신 건축가 노먼 포스터다.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스티브 잡스의 의뢰를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에 애플 신사옥을 설계했다.

애플 신사옥은 거대한 UFO처럼 둥그런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원형 복도를 따라 걸어 다니면서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설계를 적용했다고 전해진다. 2017년 완공했으며 사업비로는 6조6150억원이 들었다. 현재 애플 직원 1만2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국타이어 본사 내부에 개방형 사무실을 배치한 모습. /한국타이어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국타이어 본사 내부에 개방형 사무실을 배치한 모습. /한국타이어


노먼 포스터는 개방성에 초점을 두고 한국타이어 판교 본사를 설계했다. 1층부터 10층까지 건물 중앙부를 하나로 연결해 전체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각 층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한 업무 공간을 조성했다. 각 기업 사옥마다 볼 수 있는 파티션 등 공간 분리 도구가 하나도 없고, 여러 디자인을 적용한 책상·의자·소파가 있어 마치 카페나 호텔 라운지 같은 분위기가 난다. 물리적 장벽을 허물어서 조직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개방형 사무실로 지은 것이다. 임원들도 일반 사원들처럼 업무 해결을 위해 직접 움직이도록 임원실까지 없앴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국타이어 본사 내부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현대적인 분위기가 나는 예술 작품이 설치돼있다. /한국타이어


하이테크 건축물인 만큼 외관 및 내부 디자인에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건물 외벽에는 10가지 타입의 유리 모듈을 기반으로 한 자연 차광 시스템을 적용했다. 태양의 고도와 일조량에 따라 건물에 유입되는 햇빛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근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미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1층 로비를 3층까지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지나는 지점에는 LCD 스크린으로 식물의 덩굴과 잎사귀를 형상화한 ‘오큘러스’ 등 예술 작품을 설치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국타이어 본사 내부에 개방형 사무실을 배치한 모습 .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을 본 네티즌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건물이 현대적이고 예뻐 보인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개방형으로 지은 사옥이 불편할 것 같다는 주장도 꽤 많다. 개개인을 따로 분리하는 공간이 하나도 없는 탓에 다른 직원과 하루 종일 어우러져야 해서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데다 업무에도 집중이 안 될 것 같다는 의견이다.

댓글창에선 “진짜 싫다, 하루 종일 감시당하는 느낌에 집중도 안 되고 아늑한 느낌도 없다”, “극 내향인인 나는 사진만 봐도 기가 빨린다, 하루 종일 회사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니 너무 불편할 것 같다”는 등 반응이 보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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