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금 92억원이 투입된 경기도 부천 상동의 서커스장이 15년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최근 땅집고 취재진이 찾은 서커스장은 유리창이 깨지고 잡초가 무성히 자란 채로 방치되고 있다. 폐건물 주변에는 펜스가 둘러져 있고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 신축공사'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서커스장이 위치한 이 부지는 부천시가 LH로부터 10만여평을 815억원에 매입해 문화영상단지 개발을 추진하던 곳이다. 부천시는 동춘서커스단 측과 유랑극단의 명맥을 잇고자 2004년에 지하2층~지상3층, 연면적 6800여㎡ 규모로 원형 공연장을 짓기 시작했다. 동춘서커스는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과거 196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공연이다.
당초 건립비 109억원 중 동춘서커스단 측이 79억원, 부천시가 나머지 30억원을 부담하기로 해 추진됐다. 하지만 서커스단 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하면서, 공사비를 시가 부담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 부천시는 서커스장 건물에 도비 10억원 포함, 총 92억3000만원을 투입했다.
서커스장을 지으며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내부 구조가 서커스 공연에 맞춰져 있어 결국 활용에 실패했다. 부천시는 이렇다 할 방도가 없자 2008년 완공 직전, 공사를 중단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15년간 방치된 채 흉물이 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텃밭 이용하려 올 때마다 보는데 당연히 보기 안좋다"며 "저렇게 놀리는 거 보다 빨리 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부천 서커스장이 철거된다며 대대적인 보도가 나왔었다. 이는 원래 서커스장이 포함된 영상문화단지의 복합개발이 이뤄지면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신세계 프라퍼티가 영상문화단지 복합개발 민간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이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세우고자 했던 것. 하지만 인천시 부평구 상인회의 거센 반발로 인해 부지 계약이 계속 미뤄졌다. 상권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며 부천시청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엎어졌다.
이런 대대적인 개발이 아니더라도 흉물로 남은 서커스장 건물만 따로 개발할 수는 없었던 걸까. 부천시청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지는 통합 개발이 우선이라 따로 개발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며 "사업자 공모도 그런 점을 감안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와의 복합개발을 통해 함께 철거될 예정이었던 한옥마을 역시 활용도가 낮은 채로 근근이 운영 중이다. 부천시는 2008년 전통공예를 전승, 발전시킨다며 26억2000만원을 들여 한옥 9채와 무형문화재 전시관 등을 건설했다. 주민들의 인기는 없는 편이다. 기자가 현장을 머물렀던 시간 동안 한옥마을을 방문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한편, 2019년에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융·복합센터와 콘텐츠 기업, 랜드마크를 비롯해 6000여 가구 주거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장기간 방치되던 곳이라 지역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이마저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시로부터 토지 매입 후 사업을 착수해야 하는데 부천시의 토지이용계획 확정이 늦어져 지연되고 있다"며 "기존 건물 철거 작업 또한 토지 매입 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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