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금주령에 초토화된 부산 해변 상권…구청장-상인 정면충돌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9.27 09:39 수정 2023.09.27 10:33

[땅집고] 지난 7월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후 상권이 초토화된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의 한 건물에 상인들이 ‘이대로는 다 죽는다’는 현수막을 내걸어뒀다. /연합뉴스


[땅집고] “이대로는 다 죽는다! 금주 구역 지정 후 망해가는 수변공원 상권, 구청장이 책임져라!”

여름철 밤마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인파로 넘실대던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국내 최초의 수변공원으로,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의 중간 지점 바다를 메워 1997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낭만적인 밤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그동안 부산시에서도 최고 ‘핫플’ 중 한 곳으로 꼽혔다. 공원 인근 회센터 건물에서 저렴하게 파는 회와, 편의점에서 산 술을 더해 노상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술판 때문에 다음날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는 진풍경(?)이 끊이지 않았다. 버려진 술병과 음식물, 돗자리 등 쓰레기가 넘쳐나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과중을 불렀고, 악취에 대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 민원도 거셌다. 결국 수영구청은 올해 7월 1일부터 민락수변공원을 ‘금주(禁酒) 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는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땅집고] 매년 여름철 밤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민락수변공원(위). 지난 7월 금주구역 지정 후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다. /뉴스1, 연합뉴스


금주 구역 지정 후 3달여 지난 현재, 민락수변공원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 수준으로 파괴된 상황이다. 회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회센터 건물 1층에는 ‘통임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고, 인근 편의점에도 ‘임대’ 문구와 건물주 휴대전화 번호가 함께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노상 음주가 콘텐츠나 다름없던 이 곳에서 더 이상 음주가 불가능해지자 사람들 발길도 뚝 끊기면서 상가마다 매출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줄폐업한 것.

민락수변공원 상인 20~30명은 상권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영구청 측에 금주 구역 지정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센터 건물에서 23년째 횟집을 운영해왔다고 밝힌 김기옥 상권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금주 구역 지정 이후 한 건물에서만 횟집 4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상인도 대부분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대를 얻어 장사하는 상인들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땅집고]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센터와 편의점 건물이 줄폐업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수영구청 측은 금주 구역이 된 민락수변공원을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주 구역 지정 후 인근 상인 분들이 매출 감소를 걱정하시는데, '음주청정구역'이라는 쾌적한 공원 환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락수변공원이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 다양한 골목형 생활문화 인프라 구축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수영구청은 민락수변공원에서 매주 금, 토요일마다 마술공연, 플리마켓,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앞으로 꾸준한 경관 개선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환경을 조성하고 관광객 발길을 이끄는 포토 스팟 등도 마련해둘 방침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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