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급대책] 주택 공급 13년 만에 ‘최악’…베일 벗은 국토부 대책
[땅집고] 원자재 및 인건비 급등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늘어난 공사비를 기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사비 갈등 원인으로 지목된 물가 변동 기준을 구체화하고, 조정 과정에서 해당 기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인력난에 대해서는 외국인 건설 인력을 확대해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공사 과정에서 늘어난 공사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하고, 분쟁 조정 과정에서는 표준계약서 기준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표준계약서’ 활용해 공사비 조정하고, 외국인 인력 확대한다
현재 표준계약서는 물가 변동 조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최근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현장에서는 갈등이 빈번한데 발주자와 시공사 간 기준이 달라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오른 공사비를 원활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된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공사비를 조정하겠단 방침이다. 지난달 국토부는 물가 변동 조정 기준을 공공현장과 같이 ‘품목조정률(품목별 변동금액 합산) 또는 ‘지수조정률’(국가 통계지수 활용) 방식으로 명시하고 조정금액 산출 방법을 구체화했다.
기존 계약도 조정 기준이 모호할 경우에는 표준계약서 기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단 계획이다. 특히,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특화된 표준계약서를 별도 마련하고, 공사비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한 경우 당사자끼리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표준계약서에는 공사비 증액 기준이 되는 물가변동률과 공사비 산정 기준 시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공공과 민간이 합리적인 선에서 위험을 분담할 수 있도록 공사비 증액 반영 기준도 정비한다.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의 경우, 협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물가변동이 발생할 시 기간과 무관하게 증액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인력난으로 인한 인건비 급등 문제는 외국인 건설 인력 확대로 대응한다. 합법적인 외국인 건설 인력을 활용해, 공사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 공급 효과 있을 것…”공사비 기준은 지역별 차별 적용 필요”
전문가는 정부가 제시한 ‘공사비 증액 기준’과 관련, 단기적으로 공급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는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자 측면에서 위축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건설 인력 확충 대책에 대해서는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개선 방향이 빠진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공사비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기조를 잡아주지 않으면 갈등이 해결될 수 없다”면서 “증액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면 조합과 시행사 입장에서 분쟁을 해결해 나가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이 계속되다 보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공사비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수요가 있는 곳과 덜한 곳을 구분해 차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외국인 인력 확대는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최근 불거진 부실시공도 그렇고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인력으로 인해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사비가 오른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다면 갈등이 해결될 것이고, 단기적 공급 흐름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인건비가 공사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외국인 인력 공급을 통해 중단된 공사 현장의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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