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를 촉발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다음 달로 1년을 맞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건설사 7곳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D(디폴트)의 공포: 레고랜드 그 후 1년, 건설업은 정말 생사의 기로에 있을까’라는 이슈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롯데건설,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건설사는 아직 PF우발채무가 과도해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다른 건설사 대부분은 현금성자산 대비 PF우발채무가 1배 이하로 일정 수준의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다.
리포트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신규수주 추이 등을 감안시 2022년 발생한 광주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한 사업 리스크 반영은 일단락된 모습이다. 다만 수익성 하락이 지속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부여했다.
롯데건설은 작년 하반기 PF우발채무 이슈로 유동성 리스크를 부각했다. 특히 브릿지론에 들어간 자금보충 대부분을 단기 ABCP 등으로 구성해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하면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롯데건설은 유상증자, 계열사 대여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만기 도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차환에 대응했다.
올해 들어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하면서 약 2 조6000만원의 PF유동화증권을 시장에 재차 매각했다. 8월말 기준 롯데건설 보유 PF유동화증권 잔액은 약 1500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대비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완화했다는 판단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PF우발채무의 약 80%는 미착공 사업으로, 사업 진행 경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업지 분포, 우선수익권 설정 등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사업성은 양호하나,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착공 전환, 기성에 따른 대금 회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다. 한기평은 “미착공 상태인 대규모 사업들의 착공 전환ㆍ분양성과가 중요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내 예정된 광주중앙공원(잔액 7100억원), 서초헌인마을(잔액 3000 억원) 등 규모가 큰 미착 공사업의 본PF 전환 여부 등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자체사업 준공효과 및 외형 확대에 따른 판관비 부담 완화 등으로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EBIT(영업이익)은 4.7%까지 상승했다. 이익 확대에 따른 자본확충으로 부채비율 역시 작말 대비 소폭 개선했다. 그러나 올 9월에도 신용보강을 제공한 유동화증권1609억원을 직접 매입하는 등 PF우발채무의 차환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 초 티와이홀딩스로부터의 자금대여(4000억원), 9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1900억원) 등을 통해 유동성에 대응하고, 종속회사 지분매각·보유 사업 매각 등의 자구계획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이다. PF우발채무 차환 여부ㆍ유동성 대응, 자구계획 진행 성과 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레버리지 지표가 일부 개선됐으나, 차입부담을 완화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를 감안해 확대된 재무부담과 관련한 모니터링 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단기간 내 기업공개(IPO) 등 비영업적 요소를 통한 추가 자본 확충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등급 하방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동부건설과 한신공영의 경우 민간주택 사업의 지역적 분포가 전반적으로 열위에 있는 가운데 자체사업과 관련한 토지대 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공급과잉 우려로 분양경기 저하가 큰 폭으로 나타난 대구ㆍ인천 등에 토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어 재무부담 추이 등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자동차판매 부문 분할 이후에도 올 6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89.3%로, 여전히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다. 자동차판매 부문 분할로 사업포 트폴리오 다각화 수준이 떨어졌으며 올 8월말 기준 1조1000억원 규모의 PF우발채무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한기평 측은 “착공사업 분양률은 우수한 수준이나 미착공 PF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하다”며 “PF리스크 현실화시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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