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풋살로 건강해서 좋겠다! 우린 잠 못자서 죽겠는데!”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에 있는 ‘양평성원’ 아파트. 수도권 지하철 중 강남과 직결돼 황금노선으로 통하는 9호선 선유도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역세권 입지면서, 선유초·중·고 등 학교도 가까워 이 일대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 아파트 102동 거실창 코 앞에 있던 주차장 부지에 풋살장인 ‘영등포 SKY 풋살파크’가 개장하면서 주민들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풋살이란 골키퍼를 포함해 다섯명으로 구성하는 두 팀이 대결하는 스포츠로, 미니 축구와 같은 개념이다. 이 풋살장이 매일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면서 들려오는 경기 소음과, 구장에 설치한 조명에서 발생하는 눈부신 빛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 불편에 시달리고 있는 것.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아파트 외부에 ‘밤낮없이 공을 차니 건강해서 좋겠다! 우린 매일같이 잠 못자서 죽겠다!’, ‘대책없는 풋살경기장 허용, 영등포구청은 각성하라!’는 등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어뒀다. 하지만 풋살장 측에서는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데다, 도심 입지인 만큼 접근성이 좋아 이용객 수가 끊이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 불만이 쌓여만 가고 있다.

그동안 도심 부동산 시장에서 혐오시설로는 악취가 발생하는 쓰레기처리장이나 대형 차량이 오가는 물류센터, 무덤이 훤히 보이는 공동묘지 등이 꼽혔다. 최근에는 신종 혐오시설로 풋살장이 인근 주민들 눈총을 받는 분위기다.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본격 해제되면서 취미로 주중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에 풋살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들이 경기하며 발생하는 고성과 풋살장 조명 시설이 인근 아파트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탓이다. 직장인들을 고려해 영업시간이 늦은 저녁에서 새벽까지로 긴 풋살장도 많아 소음과 빛 공해로 인해 쉽게 잠 못 이루거나 심하게는 수면 장애를 앓게 된 주민들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아파트와 풋살장을 딱 붙여 지어 주민들 피해가 큰 경우 법적인 제재는 없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행법이 풋살경기장을 ‘자유업’으로 분류해, 사업자 등록한 뒤 관련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운영 가능한 시설로 정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13세 미만인 유소년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풋살장의 경우 '체육교습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자체 신고는 물론이고 안전 기준을 준수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13세 이상에게 단순 장소 대관 목적으로 운영하는 풋살장은 자유업이라 별다른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근본적으로 같은 체육 활동을 하는 시설인데도 건축 및 안전 관리 기준은 다르게 적용하는 셈이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유업인 개인 풋살장에 대해 주민들 민원이 빗발쳐도 지자체가 운영에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주민들과 풋살장 운영주가 원만한 협의를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양평성원’ 관리사무소 측은 주민들 민원이 지속되자 풋살경기장 소음 대책을 모색했다. 경기장 지붕과 벽 쪽에 소음 방지용 가림막을 설치하고, 경기장 사전 이용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이다. 풋살장 부지 주인과 운영주 측과 협의해 임대료를 인하하는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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