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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NPL 경제학] NPL도 돈이 될 수 있나?

뉴스 글=이면희 엔케이어드바이저스 CSO
입력 2023.09.21 13:20

[이면희의 참 쉬운 NPL 경제학] “돈의 본질은 부채다”…담보부 NPL은 돈이 될 수 있나?

/픽사베이


[땅집고] 내가 유통이 가능한 돈을 발행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친구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내가 친구에게 써준 차용증서도 돈이 될 수 있다.

사실은 지구상 대부분 국가도 나의 차용증서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만들어 낸다. 돈의 본질은 부채이며 누군가 채무자가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돈은 돌아야 하고, 돈이 돌기 위해서는 돈을 신뢰해야 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돈은 부채이기 때문에 돈의 가치는 신뢰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돈은 더 높은 유동성을 가진다.

1971년까지만 해도 달러를 금으로 바꿔준다는 미국 정부 말을 믿었기에 가치가 유지됐다. 그렇다면 금을 담보로 하지 않는 지금은 어떤가.

정부라고 임의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독립한 국가가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최초로 돈을 발행해야 한다고 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채권, 즉 차용증서를 발행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중앙은행이 하나의 기관이라면 그냥 돈을 인쇄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단순한 절차를 거쳐 돈을 찍어내지는 않는다. 돈의 가치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100명이 사는 신흥 국가가 100억 달러라는 새로운 돈을 유통시키기로 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보통 다음의 단계를 거쳐서 돈이 만들어진다.

[땅집고] 2023년 9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수납장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화폐 공급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이 국가의 국민들이 정부가 100억달러를 만들어 내는 것에 동의한다. 이후 정부는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에 가서 100억달러의 국채 발행에 대한 이자와 상환 기간 등에 대해 합의한다.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정부는 100억달러어치 채권을 찍어 중앙은행에 가져다준다. 중앙은행은 그 대가로 새로운 돈을 찍어 정부 계좌에 입금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돈을 경제학자들은 본원통화(High Powered Money)라고 부르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현금이다. 이제 이 신흥국가에 100억달러라는 돈이 만들어졌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 내는 돈은 정부가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돈의 실체는 국민 세금을 담보로 한 부채인 셈이다.

돈의 본질이 부채라는 것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명제를 가지고 새로운 투자 대상 또는 이슈가 되는 것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비트코인은 처음 나올 당시 컴퓨터상에 표현되는 화폐라고 해서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코인이라는 이름에서도 돈의 일종이라는 암시가 있기는 하다. 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아니다. 투자 대상이 되느냐, 아니냐는 아주 다른 논쟁이다. 그냥 돈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는 부채가 아니다. 따라서 당연히 채무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특정 회사에서 운영하는 '페이'나 '캐시' 개념이 아닌 발행주체가 없는 가상자산이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고난도 수학연산을 해결하면 그 대가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여러 나라 정부나 국제기구에서는 화폐 대신 '자산'이라는 용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최근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NPL(Non-Performing Loan)은 돈이 될 수 있을까. NPL은 그야말로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채권, 즉 부실채권을 가리킨다. 우리의 명제에 따르면 NPL도 채권이었으므로 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의 답은 과거형이다. 지금은 채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무담보 채권이 Non-Performing(부실)이라는 단어를 앞에 달고 NPL이 되는 순간 돈이라는 드라마는 막을 내리게 된다. 채무자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보부 NPL, 특히 부동산 담보로 한 NPL은 2막의 이야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채무를 책임질 부동산이 존재하고, 부동산을 할인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고, 이자는 물론 배당까지 받을 수 있으며, 회수기간도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로 담보부 NPL은 ‘Secured NPL’이라고 부른다. /글=이면희 엔케이어드바이저스 CSO(옥션 공동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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